반가운 생리

너무너무 기특한 나

by 리리

생리는 항상 고통이었다.

불편함과 아픔을 동시에 동반하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심지어 통증도 심한 편이라 항상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이번 달은 여러모로 힘든 일이 많았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공황도 몇 차례 겪었다.

그래서 몇 달은 안 할 거라는 각오? 마음의 준비 같은 걸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이번 달도 생리가 찾아왔다.


참 별게 다 기특하고 참 별게 다 대견한 일이지 않는가 겨우 생리 때문에 내가 건강하다는 걸 느끼다니.

혼자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너무너무 반가웠다.


막상 시작되니 힘들긴 했지만 이조차도 반갑게 느껴졌다. 나의 몸은 건강하다. 너무너무 뿌듯했다.


과거의 나는 나를 돌볼 줄 몰랐다.

소중한 나를 그대로 방치했다.

너무 힘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고 무기력하게 폰만 들여다봤다.

아니 폰도 들여다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정말 극도의 무력감에 쌓여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그렇게 지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내가 비로소 나의 소중함을 깨닫고, 열심히 열심히 날 돌보기 시작했다.


X와 함께 있던 시절이 꿈처럼 느껴진다.

잠깐동안 죽어있었던 것 같다.

이제 막 살아나 꿈틀꿈틀거리고 있다.


과거 X는 헌신하는 나를 보며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X는 1-2년간의 백수 생활을 끝내고 회사원이 되었다.

마침 그의 전세 계약이 끝나갈 시점이었고 혼인신고를 하면 숙소가 나온다고 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끊임없이 혼인신고를 요구했다.

부모님은 X를 탐탁지 않아 했고 나는 X와 함께할 앞날을 그려보았다.

X는 자신을 사랑한다면 성인이기에 모든 걸 내가 결정해야 하고 지금은 해줘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할거 지금 하자고 했다.

너무너무 망설여졌다. 혼란스러웠다.


결혼을 원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고?

이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이 있을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계속되는 고민 끝에 그에게 물었다.


“나는 내 인생을 걸고 결정하는 거야. 오빠 앞으로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어? “


“당연하지!! 얼른하자”


그렇게 그와 혼인신고를 강행했다.


혼인신고를 했을 때의 기분은 아직 생경하다.

그냥… 정말 묘했다.

이렇게나 쉽게 서류 한 장으로 완전히 남이었던 두 사람이 가족이 된다니..

이제 이 사람의 아내로서 살아가게 될 거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했다.


기쁜 맘도 조금은 있었다.

’아! 비로소 안정적이게 되겠구나!‘


참으로 어리석다.

혼자 있을 때도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불안정했던 내가 만든 도피처였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나오겠지만 더욱더 외로워졌다. 내가 도피처라고 생각했던 곳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들이 의미가 없던 것은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왜냐면 나는 똑똑하니까.

내 안의 무언가가 깨어나서 개화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여러분도 저와 같이 생각하시길! 여러분도 똑똑하고 정말 멋지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입니다!)


모든 것에서 교훈을 얻으며 편협했던 생각을 깨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내가 변했더니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

세상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무력하기만 했던 나를 고맙게도 세상은 계속 기다려 주었다.

꿈을 꾸게 해 주었다.

세상은 꿈을 좇는 사람들의 것이다.

나는 이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꿈을 좇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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