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레가토 - 권여선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모든 시간이 첫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은수는 생각했다. 이십 대도 처음이었지만 오십 대도 처음인 것이다. 인생에 두 번째란 없다. 그래도 만약 두 번째의 이십 대가 온다면 링에 모인 이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292p.
짧은 동안 일어난 몇 가지 단편적인 사건들의 우연성이 그 후의 기나긴 청장년의 삶을 결정지었다는 사실에 그는 당황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모든 인생이 그렇지 않나 싶었다. 하룻밤의 방황이 창녀와 부랑아를 만들고, 한번 발각된 도둑질이 전과로 점철된 인생을 부른다. 편재하는 우연이 날아들면 그 순간 인생은 단박에 뒤틀린다. 그런 의미에서 스무 살 청춘에게 허여된 한 달 또는 반년의 말미는 필연의 첨탑을 쌓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기도 했다.
39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