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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 관련 글을 쓰면서 느낀 점

시간을 여행하며, 손녀와 함께

by 북힐공방



아이가 어릴 때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상이 무한 반복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아이는 자라 성인이 되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었다. 내 아들이 서른세 살이 되고, 그의 딸, 내 손녀가 다섯 살이 된 지금, 나는 또다시 육아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엄마가 아닌 할머니로서.

처음에는 육아에 대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이라 막막하기도 했다.
과연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주제를 생각하며 한 문장, 한 문장 적어 내려가다 보니, 오래전 기억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아들을 키울 때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때론 지치고 힘들었지만,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엄마”라고 부를 때면 모든 고단함이 사라졌다.
아이가 고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볼 때 참 예뻤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때 아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손녀에게 마음껏 베풀고 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다. 손녀를 볼 때마다 꼭 안아주고, “사랑해”라고 말해준다. 손녀는 내 말을 들을 때마다 환하게 웃고, 그 웃음이 우리 집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얼마 전, 아들 부부와 며느리의 부모님과 함께 2박 3일 동안 태안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손녀는 바다를 보는 순간 신이 나서 모래사장을 뛰어다녔다. 조개껍질을 모아 크게 원을 그리고 별도 그렸다. 한 발씩 걷고 뛰며 갈매기를 보며 깔깔 웃었다. 우리는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미소를 지으며,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 손녀 덕분에 어른들은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들 어릴 때 도로 사정이 안 좋아 여섯 시간 걸려 여름휴가를 다녔다며 지금은 도로가 잘 되어 있어 두 시간이면 온다며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농담도 하게 됐다.

하지만 육아는 언제나 쉽지 않다. 손녀가 새로 바뀐 유치원을 가기 싫다고 할 때, 아들은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출근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라고 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맡겨두고 뒤돌아서는 순간, 그 작은 손이 붙잡아 줄 것만 같아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나 이해되었다. 나 역시 같은 경험을 했으니까.

그렇게 손녀도, 아들도, 아들 부부도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하나씩 극복하면서, 삶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다. 부모도 함께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처음 육아에 대한 글을 쓰면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지난 추억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확신하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다시 그 순간을 살아보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 아들에게도 육아일기를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하루가 바쁘고 힘들지만, 나중에 그 시간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건 기록뿐이니까. 언젠가 아들도 오늘을 그리워할 날이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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