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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결혼식 축사

아들의 결혼식에서 전한 마음

by 북힐공방



아들이 태어나던 날,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작고 연약한 손을 쥐고 있자니, 이 아이가 자라 어떤 어른이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를 다니고, 사회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내겐 어린아이 같은 존재였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아버지, 엄마, 저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순간,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렀나 싶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스물여섯의 청년이었지만, 아들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결혼할 생각이냐?"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고, 아들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계획이 있어요."

부모란 원래 이런 걸까. 자식이 커서 제 몫을 해내겠다고 해도,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저 철없던 시절만 기억하다 보니, 이렇게 스스로 인생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다.

아들은 결혼을 준비하며 하나하나 차근히 해나갔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즐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신혼집을 위해 저축을 하고, 가계부를 쓰며 현실적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자랑스럽다는 듯 통장을 내밀었다.

"우리 둘이 모은 돈이면 충분해요. 대출도 감당할 수 있어요."

대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부모로서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었는데,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돈이라는 것이 만족할 만큼이 어디 있겠나 싶다. 부모로서 아들을 위해 준비한 목돈을
조금이라도 보태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결혼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예식장을 예약하고, 가전을 비교해 가며 신혼집을 꾸미고, 하나하나 손수 결정하며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아들은 주례 없는 결혼식을 원했다. 대신, 남편에게 부탁했다.

"아버지가 축사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거절했다. 하지만 아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아버지로서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결국 남편은 펜을 들게 되었다. 원고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두 장짜리 글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양복 주머니에 넣었다.

결혼식 날이 되었다.

남편이 마이크를 잡는 순간, 나는 더 긴장했다.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여정입니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어려운 날도 있겠지요. 하지만 상대에게 이기려 하지 말고, 내가 한 발 양보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부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들아, 그리고 며늘아이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렴. 함께 웃고, 함께 울며, 모든 순간을 공유하는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두 사람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도한다."

축사를 마친 후, 아이들이 준비한 영상을 보았다. 처음 만난 날, 데이트하던 모습,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나눈 웃음들, 그리고 오늘의 결혼식까지. 두 사람이 직접 내레이션을 녹음한 영상이었다.

"아빠, 엄마. 지금까지 저희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앞을 바라보니 안사돈도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부모의 마음.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날의 결혼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 지났다.

아들은 결혼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졌고, 며느리와 함께 서로를 배려하며 따뜻한 가정을 이루어가고 있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응원하며 바라본다.

부모로서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마음으로 걸어가는 길이 따뜻하길 바란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고 결혼 생활도 때로는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지혜로 서로 힘이 되어주고 사랑하는 마음 지켜나가길 바란다.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느끼고 살아가길 응원한다.

그것이 부모로서 내가 바라는 유일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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