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끝없는 배움의 길
공교육을 마친 후, 나는 결혼과 육아, 그리고 생계를 위한 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책을 가까이할 여유도 없이 살아왔다. 서점에 가더라도 내 몫의 책보다는 아이들이 읽을
동화책이나 교재를 고르는 일이 먼저였다. 언제부턴가 내 손에서 책 한 권이 사라졌고, 배움은 점점 내 삶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졌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가게 일을 병행하며 짬짬이 책을 펼쳤다. 시험날, 중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면서 가슴이 쿵쿵 뛰었다. 시험지 앞에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독학으로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절감했다. 다시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배움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인생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이제는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하지만 그 시간은 달콤하기보다 공허했다. 그 공허함을 채우려 화분에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작은 생명을 돌보았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 한편에서는 ‘퇴직 후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런 내게 전환점이 된 것은 2022년 1월, 김미경 강사의 온라인 강의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순간,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출근 전 아침 시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SNS는 젊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내 안에서 스스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남편은 “새벽부터 뭐 하느냐, 피곤한데 좀 더 자라”라고 했고, 가족들은 “엄마는 금방 포기할 거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벌써 4년째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책을 읽고, 북클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생각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중
이다.
배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나는 속도가 느려도 괜찮았다. 끝까지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배움을 놓지 않기로 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보고, 다시 배우고, 또 익혔다. 처음에는 어려웠던 디지털 기술도 차츰 익숙해졌고, AI와 같은 새로운 개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배움의 과정에서, 나는 오랜만에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혼자 공부하는 길은 때때로 외롭다. 하지만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배우는 순간, 그 외로움은 사라진다. 우리는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며, 힘이 되어 주는 존재가 되었다. 함께하는 배움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과정이었다.
퇴직 후에도 나는 배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과정 속에서, 나는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고 싶어졌다. 때때로 버겁기도 하고 속도가 느리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확신한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배움의 길 위에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길 위에서 신나고 즐겁게 걸어가고 있다. 스스로 자유와 행복한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