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과 공감하는 자세
삶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직장생활을 한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새로운 공간, 낯선 사람들 속에서 처음에는 말을 아끼고,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를 살펴보며 그들의 성향을 파악해 나갔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는 친밀도가 높아졌고, 굳이 모임을 주선하거나 애써 참여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동료들은 나에게 먼저 다가와 "이번에 이런 모임이 있는데 같이 해볼래?"라고 묻곤 했다. 나는 시간이 맞고, 마음이 끌리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선택했다.
관계 속에서는 예상치 못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늘 리더의 말에 공감해 주고 조용히 따라가는 성향이었기에 어디에서든 크게 모나지 않고 지내왔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바로 '모든 사람과 친해지려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무조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와 잘 지내야 하고, 모임에도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에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억지로 친해지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였다. 옛말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사람도 나와 맞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요즘 같은 따뜻한 봄날, 점심 식사 후 나는 회사 주변을 산책한다. 하지만 아침에 이미 운동을 하고 온 날이면 몸이 피곤하기도 하다. 예전 같았으면 무리해서라도 따라나섰겠지만, 지금은 미리 친구에게 말한다.
"오늘은 쉬고 싶어. 휴게실에서 쉴게."
자연스럽게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쉬는 시간에는 책을 읽는 경우도 많다. 동료들은 드라마 이야기, 연예인 소식으로 대화를 나누지만, 나는 TV를 잘 보지 않아 공감이 어려울 때가 있다. 예전에는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개의치 않는다. 책을 읽고 싶을 땐 조용히 책을 펼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는 그 흐름에 맞춰 함께한다.
이렇듯 내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나만의 방식이다.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그리고 내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지만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과 공감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내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면, 상대방도 나에게 다가온다.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비결은 서로의 입장과 감정을 헤아려주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내 방식대로 관계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