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시간, 나를 다시 세우는 연습
집이 조용해지자 마음이 더 시끄러워졌다
아이들이 하나둘 집을 떠났다.
각자의 직장과 가정을 꾸리고
명절에나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다.
시끌벅적하던 집은
어느 날부터 낯설 만큼 고요해졌다.
그토록 바라던 여유였는데
막상 주어지니 마음이 허전했다.
“이제 좀 편해졌네.”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편하기보다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갱년기 탓일까.
이유 없이 울컥하고,
괜히 서운하고,
말 한마디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았고,
혼자 있어도
괜히 더 외로웠다.
작은 화분 하나가 알려준 것
우연히 들른 화원에서
작은 다육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통통한 잎이
말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단단해지고 싶다.”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베란다에는 다육이 화분이 하나둘 늘어났다.
아이들 방이 비어간 자리처럼
텅 비어 있던 공간이
초록으로 채워졌다.
아침에 커피를 들고
베란다에 서서
가만히 바라본다.
물 한 컵으로도
충분히 살아내는 식물을 보며
성장을 배웠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잘 버틸 수 있다는 것.
외로움을 핑계로 늙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을 떠나보낸 뒤
처음으로 노후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외롭게 살지 말자.”
“자식에게 부담 주지 말자.”
그 다짐이
도서관으로 향하게 했다.
디지털 배움도 시작했다.
처음엔 모르는 게 많아
괜히 주눅이 들었다.
아들에게 물어보면 빠르겠지만
이제는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한다.
검색창을 열고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마다
작은 자신감이 쌓였다.
배움은
나이를 묻지 않았다.
세상에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았고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관계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오십이 넘으니
관계도 달라졌다.
억지로 이어가던 모임,
의무처럼 남아 있던 단체 채팅방,
연락은 없지만 끊지도 못했던 이름들.
정리하기 시작했다.
관계의 숫자가 줄어들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 나이에 필요한 건
많은 사람이 아니라
편한 사람과 알았다.
서운함과 분노를
어떻게 다루느냐도 숙제였다.
감정을 날것 그대로 내보내면
결국 돌아와 나를 찌른다.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템포 쉬어간다.
나이에 맞는 품위는
감정 조절에서 나온다는 걸
조금씩 배워간다.
아플 때 가장 서럽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진다.
남편도, 자식도
내 대신 아파줄 수 없다.
운동을 미뤄둔 시간도,
식습관을 방치한 세월도
고스란히 몸에 남는다.
이제는 안다.
건강은
누가 챙겨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반복해야 유지되는 일이라는 걸.
걷기 시작했고
마라톤의 매력에 빠졌다.
숨이 차오를 때
잡생각이 멀어진다.
땀이 흐를 때
외로움도 함께 흘러내린다.
혼자라는 시간의 재해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공허하다고 말했을 시간.
지금은 다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하루 루틴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충분히 빛난다.
외로움은
시간이 많아서 생기는 게 아니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찾아온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그 시간을
나로 채운다.
혹시 당신도
요즘 집이 조용해져
괜히 더 허전하지는 않은가요?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서운함이 먼저 자리 잡고 있지는 않나요?
하지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을 살아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혼자라는 시간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백입니다.
오십 이후의 삶은
줄어드는 시간이 아니라
정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오늘,
당신은 무엇으로
그 시간을 채우고 싶으신가요?
한 줄 평
혼자라는 시간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다시 세우는 두 번째 성장기였다.
#빈둥지증후군
#중년의성장
#다육이키우기
#관계정리
#마라톤의매력
#혼자있는시간
#브런치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