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인내가 나를 지켜준시간
나는 한때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이 늘 부담스러웠고
말을 또박또박, 분명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묻는 순간이면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괜히 틀리면 어떡하지.’
‘말이 엉키면 어쩌지.’
그래서 나는
늘 한 박자 늦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말을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게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느리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결정을 빨리 내리지 못한다.
무엇이든 오래 생각한다.
이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저쪽을 바라본다.
답답하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느림 덕분에
내 선택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고른 관계는
오래갔고,
천천히 시작한 일은
끝까지 붙들 수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진국이에요.”
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 말이 참 오래 남았다.
급하게 끓인 국은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오래 묵은 장이 깊은 향을 내듯
사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빠른 사람이 아니라
깊어지는 사람이었다.
참는 성격, 버티는 시간
나는 쉽게 화를 내지 않는다.
물론 속이 상하는 날도 있고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감정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 한다.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
‘이 감정이 내일도 같은 무게일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다.
괜한 말을 했다가 후회하고
잠들지 못한 밤도 많았다.
그 시간을 지나며
배운 것이 있다.
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구분하는 힘.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용기지만
감정을 다루는 건 더 큰 용기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결국 행동으로 드러나고
그 행동이 관계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천천히 말하고
조금 더 오래 듣는 쪽을 택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시작한 일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건
내가 가장 크게 느끼던 결핍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문장을 따라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작은 모임에서
발표 연습을 했다.
처음엔
손끝이 차가워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눈앞이 하얘지고
내 심장 소리만 크게 들렸다.
‘나는 왜 이런 성격일까.’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끝내고 나면 속이 후련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완벽해지진 않았지만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답답할 정도로 잘 참는 성격 덕분이라는 걸.
쉽게 포기하지 않는 기질,
묵묵히 반복하는 힘.
그동안은 단점이라 여겼던 것들이
나를 밀어주고 있었다.
단점과 화해하는 나이
오십이 넘어가며
나는 나를 고치기보다
이해하려 애쓴다.
느린 나를 인정하고,
예민한 나를 달래고,
말이 적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단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쓰임을 찾는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나의 느림은 깊이가 되었고,
나의 인내는 꾸준함이 되었고,
나의 소심함은 신중함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 번도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나를 잘못 해석하고 있었을 뿐.
혹시 당신도
오랫동안 고치고 싶었던 성격이 있나요?
그것이
아직 방향을 찾지 못한
당신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단점을 없애는 삶보다
단점과 화해하는 삶이
훨씬 단단하다는 걸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한 줄 평
단점은 나를 깎아내리는 기준이 아니라, 깊어질 시간을 기다리는 기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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