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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술 그리고 아버지

어린 시절 몰랐던 이야기 아빠가 되고 보니 알겠네요..

by 로건

회사가 끝나고

오랜만에 일찍 집에 갔다.


항상 늦게 집에 들어가다 보니 와이프와 애들이 놀란 눈치다.

그래도 잠깐의 당황함.

금세 환한 얼굴로 맞아준다.


와이프가 말한다.

"일찍 왔는데 밖에서 먹을까!?"


신나 하는 아이들

하루 종일 힘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소소하지만 행복하다.

가을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치킨과 맥주를 먹으면서

애들에게 오늘 뭐 했는지 물어본다


술을 먹는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주저리주저리말한다.


첫째가 "잔소리 그만"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내심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었는데 반복해서 말하니 그만해 달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다 먹고 집 가는 길

문득아버지가 떠올랐다.


우리 아버지도 일찍 들어오시는 날에 옛날 치킨을 사 오셨다.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일찍 퇴근해서 사 오신

치킨을 먹으면

그날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몰랐다.


그 당시 아버지도

나한테 매번 같은 말을 하셨다.


"항상 공부열심해야 한다."라고


나는 왜 똑같은 말을 항상 술 마시고 하실까?라고 생각했다.

나는 커서 결혼하면 아이들에게 안 그래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보니

이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겠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서 말이다.

아버지는 묵뚝뚝하고 과묵한 스타일이셨지만

술을 드시면 우리 형제에게 살갑게 대해주셨다.


아마 평소에는 힘든 회사 생활로 몸도 마음도 힘드셔서

집에 고시면 쉬기 바쁘셨을 거다.


지금의 나도 회사생활이 힘들어

아버지가 했던 행동을 하고 있다.


그래도

가족을 생각해서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버티고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

아버지도 그때 나와 같은 마음이셨을 거 같다.


그러나 가끔 일찍 오셔서

어색하지만 술 한잔의 고단항을 잠시 털어버리고

자식에게 어색해서 하지 못한 말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지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기억나는 말이 있다

"아들 아빠가 항상 사랑한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해라"


나는 지금 아빠가 되고 나서 이제야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이번 추석 아버지를 만나면

술 한잔 하면서 말하고 싶다


평소 어색해서 못한 말


"아버지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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