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시간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최근 읽고 있는 요조와 임경선의『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에서, 요조의 한 마디가 오늘 아침 내 가슴에 콕 와닿았다.
"벽시계를 틈틈이 보면서 제 금쪽같은 시간을 좀 챙겨보려고, 그러고 싶어서 오늘 급하게 시계 샀어요."
그렇다. 진짜 금쪽같은 내 시간이다.
20대에는 써도 써도 계속 있는 것이 시간인 것만 같았다. 공부도 하고 실컷 놀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뒹굴거려도, 나에게 항상 시간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40대가 되어보니 하루 중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무척 제한적이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많아서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원진아 씨를 봤다. 그녀를 소개하는 "원(One) 진아~ 투(Two) 진아~ 쓰리(Three) 진아~"라는 미사여구가 생길 만큼 그녀는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을 했다. 평생 멀티가 되지 않는 나에게, 매 순간 열심히 그리고 철저히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요조의 글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내가 다른 누군가처럼 멀티플레이어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요조와 임경선 그녀들처럼 나도 하고 싶은 것들과 하기 싫은 것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다양한 것들을 해낼 수 없는 나에게는 이 작업이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신기하게도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것들이 먼저 생각난다. 좋다. 가지치기부터 해봐야겠다.
일단 나는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아이를 기다리며 마냥 놀이터에 서 있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빨래가 싫다. 옷에 묻은 초콜릿 자국과 회색빛이 된 흰 양말 바닥의 때를 벗겨내는 일, 빨래를 꺼내 너는 일은 더더욱 싫다.
그러고 보니 나는 만나자는 제안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특히 최근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껏 약속을 줄이지 못했다. 딱히 나에게 특별한 관심도 없어 보이는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종일 커피를 마시고 온 날은 하루가 아깝다 생각하면서도, 다시금 다음 만남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계속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 나도 노력을 꼭 해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빨래를 이렇게도 싫어했구나 싶어서 나조차 놀랐다. 올해는 건조기를 꼭 사야겠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매일 잠시라도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 휴대폰도 만지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다 글도 쓰고 싶다. 그런 시간을 통해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대체 무엇일지 탐색하고 싶다. 어떤 일을 하면 돈을 많이 잘 벌 수 있는지 알아내고 싶다. 또 내가 좋아하는 향기로 우리 집의 모든 공간을 채우고 싶다. 향이나 아로마 등을 전문적으로 배워 나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직접 만들어 보는 일도 좋을 것 같다.
가족들과 이곳저곳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밤새 수다 떨 수 있는 기회도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확실히 돈을 많이 벌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글도 잘 쓰고 싶다. 글로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소통하고 싶은 꿈이 있다. 책도 출간하고 강의도 해보고 싶다. 예전처럼 방송 일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가끔은 내가 상담 전문가가 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나는 생각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구나.'
문득 깨달았다. 내 시간이 더욱 금쪽같이 느껴진다.
귀한 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진지한 궁리가 필요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