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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물찾기 May 17. 2023

나에게 쏟아내고 싶은 엄마에게

진실되지 않지만 진실된 편지

오늘 오랜만에 엄마를 만났다. 내가 시댁에 일이 있어 다녀오는 사이 엄마가 애들을 봐주셨다. 엄마는 내 부탁을 듣자마자 고민도 없이 달려와, 아이들을 정성으로 돌봐주셨다.


역시나 따뜻하고 헌신적인 우리 엄마. 그런 우리 엄마는 오늘도 연약하고, 슬프다. 내가 돌아와 둘이 있는 시간이 되자, 아빠와 동생 때문에 속상한 일들을 언제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에게 너무나 큰 사랑을 주는 우리 엄마의 이야기인데, 나는 그런 내용을 듣기가 정말 싫었다.


다시 시작되는 우울한 이야기들... 좀 전까지 매우 맑았던 나의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왔다. 난 적당히 딴 청을 피우며 듣기 싫은 내색을 했다.


택시를 태워 엄마를 댁으로 보내드린 후  마음은 무거워졌고 복잡해졌다.


내가 불효녀 같다. 엄마에게 내가 필요한 것만 취한 꼴이 된 것일까. 나도 정말 엄마랑 대화하고 싶은데, 감정 쓰레기통은 그만하고 싶다.

 

죄책감과 원망이 섞인 나는 엄마에게 긴 카톡을 남겼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기 싫었던 마음을 안타까워 들을 수 없었던 마음으로 둔갑시켰다.


하지만 그 안에 진심은 있었다.


서글픈 엄마.

다음 생애, 내가 엄마를 넘치게 사랑해 줄게요...




엄마
오늘 고마워~♡

사는 것이 힘들다는 엄마 말에 눈물이 울컥해서 엄마 이야기를  전혀 못 듣겠더라.
날씨 좋은 날 오랜만에 만나서 울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서.

엄마는 잘못도 없이 이래저래 힘들지?
힘내. 내가 있잖아.
애들도 키우고 여러 정황상 내가 엄마 이야기 듣기가 쉽지는 않지만, 대신 아이들과 만나면 웃게라도 해줄게.

아빠와 동생에게 최대한 영향받지 않게, 엄마는 엄마 생각만 해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알잖아.

다시 태어나면,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
내가 평생 엄청 많이 아끼고 사랑해 줄게.

엄마 늘 즐겁게 웃게만 해줄게.
엄마 이야기 밤새고 다 들어줄게.
그러다 좋은 남자 만나서 평생 호강하고 살게 해 줄게.

다음 주쯤 낮에 우리 둘이 시내 데이트 하자. 여유 있는 날, 엄마 속상한 이야기도 더 듣고, 또 실컷 맛난 것도 먹고 재미있는 것도 하고 헤어져요.

사랑해 엄마.
엄마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

오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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