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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이라는 말을 지우기로 했다.

계속 실패한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

by 크런치바

2년 만에 다시 적기 시작한 내 마음의 이야기들.


그 3편의 글을 혼자 읽다, 글 속에 '고작'이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 '고작 육아 하나 하면서, 그거 하나를 제대로 못하는구나!'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글은 정말 마음의 거울이었다. 며칠 불현듯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왜 계속 '고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곰곰이 하나씩 생각해 보았다. 나는 육아나 집안일을 절대 쉽게 여기지 않는다. 이 두 가지를 잘 해내는 것만도 느림보 나에게는 사실 벅찬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육아와 집안일 외에도 다른 무언가를 이루고 잘 해내고 싶다는 거다. 그 마음 때문에 육아와 집안일만 하는 나를 쉽게 여겼다.


나는 돈을 벌고 싶었다. 그것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기웃거렸는데 내가 즐거움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잘 없었다. 수입이 큰 일들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혼란스러웠다. 대체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것일까? 뭘 잘할 수 있는 사람일까? 나는 그것조차 잘 몰랐다.


내 스텝이 꼬인 지점이 바로 여기인 것 같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데 뭘 잘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다. 그래서 세상이 좋다 하는 것들부터, 혹은 지금 내 조건에 할 수 있는 일들에 막무가내로 도전했다. 그 끝에 달콤한 결실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실패가 반복되니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계속 반복하면 내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방법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이다. 난 내가 가만히 있지 않고 도전하고 있으니 무척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상처가 더 컸던 것 같다. 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욕심만 앞선 탓이다.


그래서 나에게 자꾸 '고작'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었다.


올해 내내 나는 무척이나 마음이 힘들다. 자신감도 없고 앞길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내가 스스로 이해되지 않아 힘들었는데, 어쩌면 다 연결되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했다. 일단, '고작'이라는 단어부터 지워보자고 말이다. 하루하루 내가 하는 것들에 '고작'이라는 단어만 지워도, 내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밑도 끝도 없는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려고 한다.


문득 생각해 본다. 그럼 나는 어떤 말이 듣고 싶을까?


"충분해."


마음이 울컥한다. 나에게 귀를 더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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