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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뭘 하지 않아도 괜찮을지 몰라

한강 다리가 건네준 위로

by 크런치바

전업주부인 나는 아이를 키우다 힘들거나 혹은 후회되는 행동을 했을 때 타격감이 크다. 이것이 나의 유일한 직업인데, 이것 하나 제대로 못해내고 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나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크다. 그런데 아이들 곁에 머무는 엄마가 되기로 나 자신과도 약속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일을 찾고자 마음먹고 작년부터 이것저것 도전하며 찾고 있는데, 아직 나에게 맞는 적합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40대가 되니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은 이제 회사에서 직급도 높고 버는 돈도 크다. 나와의 간격이 무척 벌어진 듯하다. '아이들도 잘 키우며 저렇게 해내는데, 나도 더 잘해야지!' 싶어 종종 위축도 된다.


정신없이 육아만 하던 때는 도리어 잘 못 느꼈는데 이제 한숨 돌릴 수도 있고 조금씩 내 성장을 꿈꾸는 시기가 되니 더 그런 것 같다.


최근 큰 아이와 부딪힘이 있었다. 사춘기 아이의 까칠함과 나의 화가 원인이었다. 그래도 제법 내가 참고 받아준 것 같은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이 모습에 나는 폭발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큰 아이에게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내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사고처럼 터져버렸고, 결국 아이도 울고 말았다.


속이 너무 답답했다. 아이에게도 화가 났지만, 나한테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신발을 신고 집 근처 한강으로 정신없이 걸어갔다.


'고작 육아 하나 하면서, 그거 하나를 제대로 못하는구나!'


내가 참 못나게 느껴졌다. 쓸 모 없는 듯, 도무지 뭘 잘하고 잘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강을 보니 가슴이 좀 트였다. 저 앞에 선유도로 넘어가는 선유교가 보였다. 저 위에 올라가 탁 트인 전망을 보면 내 속도 뻥 뚫릴 것만 같아 올라가 볼까 싶었지만 힘들어 말았다.


나는 그냥 다리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물가에 서서 선유교를 바라봤는데, 선유교와 그 뒤 노을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다.


문득 궁금했다. 저 선유교 위에 있는 사람들은 알까? 저 위에서 보는 풍경만큼이나, 이 다리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그 순간 마치 노을과 다리가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어디로 더 오르지 않아도 지금 그대로 괜찮을지 모른다고...... 뭘 더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대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가 하는 유일한 일은 자식을 키우는 일인데, 난 왜 고작 소리 지르고 예민한 엄마 밖에 못될까?'라는 생각에 내 마음이 물속에 잠기던 날, 나도 저 다리 같이 이미 충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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