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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우걱우걱, 마음은 깨작깨작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인생인 것을!

by 크런치바

오늘 아침밥을 먹다 든 생각이다.


내 평생 가장 자신 있는 일 중 하나는 바로 먹는 것이다.


나는 먹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딱히 가리는 것도 없이, 무엇이든 '우걱우걱' 맛있게 잘 먹는다. 그것도 많이.


일단 나는 '밥'을 너무 좋아한다. 반찬 하나만 있어도, 밥이 좋아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사실 한 그릇이 그렇게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다. 한 공기 반에서 두 공기 정도가 나에게 딱이다. 반찬 한 조각도 거의 남기지 않는다. 어릴 땐 야채라도 가렸는데 이젠 야채마저 없어서 못 먹으니, 먹는 모든 것이 즐거움이다.


얼마 전에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설렁탕 집에 갔다. 마지막에 뚝배기를 들어 쭉 마시면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으니, 아버님께서 웃으셨다. 늘 내가 먹는 걸 보면 웃음이 나신다고 한다.


한식뿐이랴. 나에게 모든 음식이 그렇다. 무엇이든 다 맛있고 행복하다. 그리고 먹는 동안,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오해해서는 안된다, 나는 함께 먹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먹성 좋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뚝배기를 들고 먹고, 입이 터지게 쌈을 싸 먹으며, 밥을 2 공기씩 먹으면서 '누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온전히 그저 먹는 것이다.


그게 뭐 대수냐고? 나에게는 대수다.


나는 일명 엄청난 '쫄보'다. 매 순간 이게 맞는지, 이렇게 해도 큰 무리는 없는지 엄청난 확인이 필요한 사람이다. 나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그렇게도 신경 쓴다. 나이 먹으면서 사람들은 나한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뭘 할 때면 얼마나 주저하겠는가!


하고 싶은 일 앞에서 생각이 많아 멈칫하고, 도전하려다 자신이 없어 멈칫한다. 아이의 엄마로서 내가 진짜 맞게 행동하는 것인지 고민하며 멈칫하다 좋은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곳곳에 '멈칫'이 가득한 인생이다.


밥은 늘 잔뜩 '우걱우걱' 먹으면서 마음먹기는 자주 '깨작깨작' 거리는 것이다.


오늘 '아침밥으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 어제 저녁 먹다 남은 꽁치 김치찌개가 떠올라 따뜻한 밥 한 공기와 함께 먹었다. 툭 차려진, 별거 없는 반찬에도 참 맛있었다.


그 순간 나는 단순했고, 주저함이 없었고, 맛있게 잘 먹었다.


밥 먹듯, 내 마음도 잘 먹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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