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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말부터 예쁘게 해 보자.

오늘부터 나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by 크런치바

나는 결심했다, 오늘부터 나를 한 번 키워보기로.


40이 넘어서도 무언가가 되어보겠다고 아등바등 애썼던 내가 애틋했다. 사실 원하는 걸 찾지 못했던 내가, 내 일을 찾지 못했던 내가 그렇게도 원망스러웠는데 그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무엇이 잘 맞는지도,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어떤 것이든 해보겠다고 애쓴 내가 너무 안쓰럽지 않아?'


사실은 이러다 계속 이렇게 살까 봐 겁도 났다. 나는 참 즐거울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먹어가는 나이 앞에 '이룸'에 대한 욕심이 생겨 내 삶은 무척 진지하고 심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고수리 작가님의 '너무 비장해지지 말자!'는 말이 꼭 내 얘기인 것만 같았다.


'안 되겠다, 내가 나를 잘 대해줘야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 거다. 그러다 그냥 진짜 나를 키워보자 마음먹었다. 아이들에게 진심인 마음처럼, 그 마음으로 나를 한 번 키워보자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부터 나를 키우기로 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다짐이 '일단 말부터 예쁘게 해 보자!'다. 누구에게? 나에게 말이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친절한 사람이다. 상냥한 말투를 가졌다는 칭찬도 자주 듣는 편이다. 무엇보다 주고받는 '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는 좋은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예쁘게 말하지 않는 상대가 바로 '나'다.


요즘 난 나에게 제일 관대하지 못했다. 칭찬보다는 비난을 했고, 계속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건데, 내 마음이 나에게 계속 우울한 이야기들을 전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애들이 요즘의 나 같은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면 나는 뭐라고 얘기해 줬을까?'


고민의 여지없이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하고 싶은 것이 무언인지 잘 모를 수 있어. 모르는 사람도 많아. 그걸 찾으려고 노력하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야. 수고 많았어. 언젠가 찾을 수 있을 거야. 혹시 못 찾아도 괜찮아. 지금 그대로도 충분해. 맛있는 거 먹고, 푹신한 침대에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나자. 그럼 조금 괜찮아질 수도 있어. 내가 있잖아."


이런 말들을 이제 나에게 하나씩 시작해 보려고 한다. 꽤나 쑥스럽지만, 일단 말부터 예쁘게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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