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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바라지 말자. 나는 자유다!

나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by 크런치바

나를 키우려고 마음먹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무언가를 바라지 말자!'


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수도 없이 했던 생각이었다. 때론 아이들에게 애가 타도록 어떤 것들을 바라는 순간도 있었지만 다 부질없었다. 내가 바란다고 내 마음대로 되던가? 분란만 일으킬 뿐이었다. 어쩌면 일부분 포기의 마음도 섞여 있었겠지만, 그 포기가 가족의 평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나는 넘치도록 경험했다. 무엇보다 진심인건 정말 아이들은 존재 만으로 나에게 뜻깊고 소중하고 귀하다. 그 녀석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좋다.


그렇다면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나도 나를 그렇게 대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무엇도 바라지 말자, 생각하고 나니 엄청난 해방감이 들었다.


'그래! 나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요즘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일들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옷을 챙겨주는 정신없는 아침 일상을 버거워했던 것일까? 그것과는 달랐다.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이루고 발전해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사방팔방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다 내 기질이나 적성에 맞지 않으니 의욕이 없었다. 그러니 눈을 뜨면 그것들이 생각나서 하기 싫고 만사 귀찮아지다 결국 '나는 왜 이모양일까......'로 결론짓기를 반복한 것이다.


나를 키워보기로 마음을 먹으니 한 발 짝 떨어져 이런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조급해져서 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됐다, 됐어!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 나는 자유다.


그렇게 일어난 오늘 아침은 조금 달랐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개운했다. 아침에 가족들 잘 챙겨서 내보내는 시간도 좋았다. 이뤄야 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살 것 같았다.


가족들을 보내고 요거트에 그래놀라를 담아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오늘 할 일을 떠올렸다. 오전에는 청소와 빨래를 하고 오후에 있을 수업을 준비를 해야겠다. 오후가 되면 수업 하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큰 아이를 데리고 교정 치과에 가면 된다. 돌아와서 밥 하고, 설거지하면 오늘 내가 할 일은 끝이다. 이후엔 책을 보든 텔레비전을 보든 좀 쉬어도 될 것 같다.


나는 무엇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조급한 고민, 몸에 맞지 않아도 매일 꾸준히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은 하루는 좀 더 가벼울 것 같다. 이렇게 쉬다가 충전되면 다시 찾아보겠다는 생각조차도 안 하려고 한다. 생겨도 좋고 안 생겨도 그만이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상의 범위부터 해내고, 그것만도 잘했다고 여겨보려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슬쩍 걱정되지만 해야 된다. 나는 나를 키우기로 했으니까.


바라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충분하기에, 굳이 뭘 더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자유다!'


자유 2일 차 아침 식탁에서, 나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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