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내가 그토록 바랐던 '무엇인가를 이루기'.
그 바람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고 살면 인생은 쉴 틈이 없었다.
시간은 가는데, 내 길은 도무지 보이지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막상 진짜 하고 싶은 건 없었다. 막막해서 더 허둥지둥 여기저기 찔러보기 바빴지만, 우연히 무엇이라도 얻어걸리는 행운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코 뜰 새 없이 열정적이고 바쁘게만 살았냐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그럴 리가!!
육아하며 체력도 정신도 자주 꺾였고, 어영부영 고민만 하고 축 늘어져 산 시간도 많았다. 그렇지만 늘 나는 쉴 틈이 없었다. 왜냐고? 속으로 생각은 계속했으니까.
'빨리 뭐라도 해야 하는데.'
'답을 찾으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난 대체 뭘 잘하려고 이러나??'
딱히 뭘 하지도 않으면서 혼자 스스로를 달달 볶는, '게으른 자의 쉴 틈 없는 인생'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만나면 정말 얼마나 반가울까.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덕분에(?)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해야 할 일들부터 정신없이 떠오르는 갑갑한 아침을 반복해 맞이했다. 뭘 좀 차분히 집중하면서 내 시간을 갖고 싶은데, 삶이 온통 할 일 투성이인 것 같았다.
어느새 하루하루가 견디는 삶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반드시 내 꿈을 찾으리라, 견디는 삶 속에서도 되뇌었다.
작은 일에도 깔깔 웃던 20대의 나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는 꿈을 찾다, 어느새 해맑게 웃던 능력치도 줄고 무척 진지한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도'를 닦으려는 건지, 매일 내 인생의 의미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급한 마음에 온통 맞지도 않는 일들을 벌려놨다. 삶이 더 바빠지기만 했을 뿐 꿈과 이룸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졌다.
아이들이 말을 걸어도 귀찮았다. 만사 다 귀찮았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어김없이 이 생각을 또 하며 설거지를 하던 어느 날, 나는 수세미를 내려놓고 멍하니 생각했다. 도무지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진지하고 힘들 바에야 차라리 꿈을 꾸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다 잘 살아보자고, 행복하자고 하는 건데 말이다.
난 꿈을 꾸다 병이 나고 있었다. 이럴 바에 내 새끼들이랑 하루하루 행복한 게 더 낫잖아! 뭔지도 모르는 걸 이뤄야 한다고 심오해진 사이, 나의 하루하루가 시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가족들이 있었다.
이럴 바에 차라리 꿈을 꾸지 않는 게 나았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르고 오늘 아침이었다. 바쁜 아침 시간, 부지런히 보내고 싶었던 식사 시간에 작은 아이는 농담이며 원하는 것이 많았다. 내 예상보다 식사 시간이 길어지자, 나는 또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금세 속이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그러다 생각이 난 것이다, '아 맞다, 나 뭘 이룰 필요가 없었지?' 생각해 보니 지금부터 30분이 더 걸려도 오늘 내 일정에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빨리빨리 다 마치고 또 해야 하는 뭔가가 없었다.
갑자기 속이 풀리고 여유가 생겼다. 엄마가 또 짜증이 났나 슬쩍 눈치를 보던 아이가 나를 보고 안심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더 식탁에 앉아 우리는 마음 편히 밥을 먹고 떠들고 웃었다. 모두가 편안하고 좋았다.
역시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리리 꿈을 꾸지 않는 게 낫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