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뭘 꼭 대단히 잘 해내지 않아도 되기!'를 마음먹은 지 어느덧 3주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하루아침에 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건 긴 고민의 힘이었다. 대단하고 싶지만 대단할 것 없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 내 인생의 체력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그것을 해냈던 것 같다.
아닌 척했지만 나보다 여유 있고 화려하게 사는 지인들을 나는 남몰래 부러워했다. 칭찬하고 아끼고 축하했지만, 반드시 그 뒤에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보거나 가계부를 들춰봤다. 열심히 사는 척했지만, 사실은 비교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3주 사이 내가 대단히 달라졌을까? 아직 잘 모르겠다. 무엇이든 호언장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비교'다. 철저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로 결심하고 나니, 나는 비교가 별 필요가 없어졌나 보다. 마음에 드는 구석도 못난 구석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나라는 것을 40년 넘게 살고서야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조바심'은 습관처럼 남아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바쁘다. 처음엔 잘 몰랐다가, 바쁜 아침 아이들과의 대화에 짜증이 섞인 나를 보고 불현듯 깨닫는다.
'왜 짜증이 날까? 바쁜데 계속 아이들의 요구사항이 많으니까. 근데 뭐가 바쁜데? 아 맞다, 나 안 바쁘지. 지금 내 삶, 그거 잘 유지하기로 했지. 이제 나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을 살기로 했다. 잊지 말자!'
이렇게 나에게 브레이크가 걸리면 어느새 조바심도 수그러들었다.
덤으로 짜증이 소량 줄고, 덕분에 아이들과의 아침 시간이 빨리 보내야 하는 시간이 아닌 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매일 30분~1시간의 아침 시간을 늘 해치우고 있었다. 먼 훗날 다 큰 아이들을 각자의 인생길에 보내고 나는 얼마나 그 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할까? 이런 생각들도 해보며, 대단하지 않은 순간순간에 조바심을 버리고 지내고 있다.
요 며칠은 내내 삼시 세 끼도 해냈다. 더 뭘 해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나니, 어떤 날은 아이들 밥 잘해 먹이는 것이 다인 날도 있다. 아니다. '나도 잘 먹여야지, 수고한 남편도 잘 먹어야지!' 생각도 따라왔다.
그러다 보면 밥을 하는 것도 해치울 일이 아니라 뜻깊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날은 땀 흘려 열심히 밥을 했고, 아닌 날은 대충 했다. 잘할 필요 없다 생각하니 밥 차리는 일도 덜 힘들었다.
그동안 나는 무슨 힘을 그렇게 주고 살았던 건지 모르겠다.
사실 생각해 보면 뭘 더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지난 3주와 지난 몇 년 간의 내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오래도록 참 많이도 끙끙거렸던 것 같다.
앞으로도 나를 지켜보며 중간중간 성장 일기도 쓰고, 관찰 일기도 써보려고 한다. 내가 좀 잘 자랐으면 좋겠다. 뭘 더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스스로 한 번 더 다짐해 본다.
"충분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더 이상 '경단녀'가 아니다. 나는 주부이자 아들 둘의 엄마인 40대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