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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경쟁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by 크런치바

자신감이 없으면 별 걸 다 경쟁한다.


그래서 나는 우정을 경쟁하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내가 특별한 존재이길 바랐고, 동시에 친구의 또 다른 돈독한 우정을 볼 때면 나도 그런 친구가 있는지 하나씩 들춰보기도 했다.


어린 여고생이 할 법한 이야기지만 나는 서른이 넘어서까지 그랬다. 얼마나 마음이 바쁜 인생을 살았는지 모른다.


나는 친구에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누구보다 마음을 다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 같다, 내 이 마음이 전해졌으면, 너에게 나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으면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나보다 더 가까이 혹은 더 깊이 함께 한 누군가가 친구 곁에 있을 때는 내심 불안했다. 우리의 우정이 저 둘의 우정보다 못하면 어쩌나 싶었다.


줄을 서서 등수를 가리는 곳이 아닌 곳에서 나는 그렇게도 열심히 줄을 서고는, 보이지도 않는 앞만 바라보고 발을 동동 거린 것이다.


그렇게 오래 서 있다 보면, 불현듯 내 가방이며 주머니를 한 번씩 들춰 꺼내보게 됐다. 나는 어떤 우정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나도 저 친구처럼 든든한 사람이 곁에 있는지, 마치 남몰래 성적표를 꺼내보듯 치열하게 살펴봤다.


마음이 궁핍해져 있을 땐 나의 우정이 별거 없어 보여 나를 스스로 초라하게 여겼다. 가끔 운이 좋은 어떤 날은 나도 좀 든든한 우정을 지닌 것만 같아 안도하거나 으쓱하기도 했다. 어디에도 기준은 없었다, 오로지 나의 기분이었다.


사람이 스스로 부족하고 자신이 없다 생각하면 정말 별 걸 다 경쟁한다는 것을, 우정을 비교하고 불안해하던 그때에도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지각하고 깨달았다고 멈춰지면, 그건 마음이 멀쩡한 것이다. 나는 그때 마음이 그렇지 못했으니 엉뚱한 곳에 줄을 서서 그 쓸데없는 경쟁을 하느라 얼마나 치열하고 헛헛한 시간을 보냈는지...


이제는 안다, 우정은 줄을 서서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우정뿐인가, 모든 관계가 그렇다는 것을.


사실 그때도 알았다, 실천을 못했을 뿐.


나라는 사람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나를 잘 알려고 노력했다. 그 끝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남은 단어는 '충분함'과 '아등바등'이었다. 충분하니 됐고, 더는 뭐든 아등바등하지 말자!


덕분에 우정마저 아등바등했던 것이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다.


다 지났으니 하는 말인데 그때 나는 참 못났고 어리숙하고 또 애틋하다. 이제는 지났으니 됐다, 이제는 좀 멋진 우정을 품고 살아보자고 나는 나를 다독였다.


그래서 많이 나아졌다. 모든 관계가 애정을 증명하듯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던 것을 마흔 넘어 이제야 실천해나가고 있다. 내가 계속 잘 해냈으면 좋겠다. 감정의 습관들이 때때로 등장하지만, 그 습관들을 마주했을 때 내가 잘 다루고 또 넘어갔으면 좋겠다.


가끔 아들들의 우정이며 인생 상담을 해주는데 사실 내가 그럴 짬밥이 아니다.


'사실 엄마도 아직 크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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