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애썼던 그것은 결국 실패였을까.

나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by 크런치바

1982년생. 나는 내년이면 45세가 된다.


이제는 '만'으로 나이를 얘기하기로 약속한 시대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일명 '한국 나이'가 마음에 와닿는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일기를 쓸 때 나는 만 나이로 1~2살 어려지는 찬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40대 중반, 건강히 오래 살 수 있다면 인생 절반 가량을 보내고 후반부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그래서 올해를 참 성실하게 보내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했고, '나'에 대해 차오르는 고민들도 치열히 마주했다.


여전히 버릴 수 없던 기대와 좌절, 그리고 인정과 직면 등 나는 여러 감정의 과정을 겪어 왔다. 힘들었고 허무했고 때론 슬프기도 했지만 덕분에 나는 40여 년 만에 '나'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해 알게 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편안해한다는 것이다. 늘 시끌벅적한 삶을 꿈꿨던 나에게 이것은 식스센스 급의 충격 대 반전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친구들을 참 좋아했다. 친구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친구가 많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래서 참 부단히도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으며, 인간 관계도 좋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늘 외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 갈증을 풀어보겠다며 30대 몇 년 간은 작정하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약속이 없으면 어색할 지경이었다. 열심히 약속도 잡고 약속에 끌려다니기도 하며 인생을 채워갔다.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고 챙김도 많이 받았으며 동시에 나도 많은 사람들을 챙겼다. 그러느라 나는 돈, 시간, 에너지를 참 많이 쓰기도 했다.


40대가 되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된 건 그럼에도 다시 원점으로 '외로움'에 봉착했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공허함'이었다.


아니 이렇게 지내도 외롭다니, 내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상당수의 자리는 돌아오는 길 마음 한편이 찜찜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내 얘기를 털어놓을 사람도 제한적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우울함을 지녔거나, 깊은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그때부터 내가 얼마나 못나게 여겨졌는지 모른다. 일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패배의식에 빠졌다. 그 구렁텅이에서 한참 허우적대다 내가 안쓰러워 나는 나를 돌봐주기로 했다. 그렇게 몇 년 나를 꾸준히 보살폈다.


그런데 반전은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만큼, 나 자신과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생각하고 쉬고 정리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외로웠던 이유는 이런 갈증이 풀리지 않는 원인을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본래 나의 일을 나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을 깨닫고 나서야,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제한적인 이유도 이해하게 됐다.


이런 나를 모른 채, 막연히 좋아 보이는 '사람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30대를 보냈다는 것이 얼마나 충격이었겠는가! 무의미하고 허망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낙장불입인 인생, 내가 마음껏 썼던 30대라는 카드가 마냥 아깝게 여겨졌다.


'망했다!'


하지만 정말 실패였을까?


실패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경험이고 기회였다.


그렇게 원했던 것을 망설이지 않고 온전히 경험했기에, 그것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50대로 다가가는 시점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고민하고 있지 않았을까? 주변에 사람이 많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그 귀한 30대 시절을 남는 것 없이 허비했다는 생각이 한동안 내 발목을 잡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 시간 덕분에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됐고, 인생 후반부의 방향을 더 잘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의 그 시절은 아깝고 허무한 것이 아닌 것이다.


'혹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지친 것은 아닐까? 그래서 혼자가 좋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 면도 충분히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하지만 그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뒤늦게 알게 된 것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재미있는 건 그동안 그렇게 외롭지 않으려고 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자 내가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공허함이 사라졌다.


내 외로움의 해결책이 '혼자'였다니, 참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온전히 나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시간은 내게 쉼이고 충전이며, 위로이자 즐거움이다.


이런 깨달음 덕분에 올해 나는 인생 전반의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또 새로 무언가가 궁금하고 해보고 싶다면 직접 도전하고 경험할 계획이다. 그 끝에 성공이 없으면 어쩌나 고민하느라 비장해지는 대신, '나에게 맞는 길일까?' 직접 경험하며 확인해 볼 참이다.


'실패가 덜 두려워진 듯하다. 경험해야 알 수 있으니까.'


(써놓고 보니, 전에 비슷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아마도 스스로 여러 번 곱씹고 있는 가 보다. 올해 이 깨달음을 얻은 것이 내게 큰 의미인 듯하다. 내 글을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또 비슷한 말을 담은 것이 내심 아쉽진 않으셨을까 조금 염려가 된다. 성장하고 용기 내려는 노력으로, 이 글을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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