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 소유자의 일기장
기똥차다!
내가 생각해도 내 코가 기똥찰 때가 참 많았다. 무슨 냄새를 그렇게 잘 맞는지 진정한 '개코'였다.
나는 자다가도 둥둥 떠다니는 라면 냄새를 잡아냈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여지없이 한 잔 하고 들어온 아빠가 식탁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밤에 먹는 라면'을 나는 그렇게 꼭 먹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후루룩 면발 치기를 하는 동안 잠자는 동생을 내려다보며 얼마나 기고만장했는지 모른다.
누군가 샴푸만 바꿔도 즉각 알아챘다. 덕분에 향이 좋다는 말 한마디가 다정함이 된 적도 많았다.
어린 시절에는 어쩜 그렇게 방귀 도둑이 많았는지 지독한 냄새에도 범인 찾기가 오리무중일 때가 많았는데, 난 기똥차게 범인을 알 수 있었다. 그 비밀을 지켜준 것이 스스로 뿌듯했던 경험이 냄새로, 장면으로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좋은 냄새, 향기를 참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 맡는 따뜻한 커피 향, 씻고 나면 몸에 머무는 바디 샴푸 향, 밥 할 때 나는 맛있는 냄새, 옷을 벗을 때 슬쩍 느껴지는 좋아하는 바디 로션의 잔향 등등 참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덕분에 가끔 나는 내 사랑을 가족들에게 냄새로, 향기로 전한다.
아이들과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옷을 입을 때 머리를 옷 속에 넣고 팔 하나를 소매에 넣는 순간 포근한 향이 퍼졌으면 한다. 그 향이 하루를 상쾌하게 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왔을 땐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부터 맛있는 냄새를 맡고 설렜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오는 시간에 맞춰 밥을 한다. 아이들과 남편이 "좋은 냄새난다. 오늘 메뉴는 뭐야?"라고 웃으며 묻는 모습을 볼 때 나 역시 참 좋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 몸을 넣는 이불이 포근하고 향긋했으면 좋겠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을 때 찌든 냄새가 아닌 잘 세탁된 깨끗한 곳에 누워 쾌적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렸음 해서 침구도 비교적 열심히 자주 세탁하고 있다.
물론 내 코가 개코여서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제법 많다. 양치나 머리 감는 것을 은근슬쩍 건너뛰는 건 개코 엄마가 기똥차게 찾아내기 때문이다. 우리 집 남자들은 가끔 씻는 걸 그렇게 건너뛰고 싶어 하는데, 남편 역시 개코 아내에게 걸려 샤워실로 밀려들어가는 날이 종종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잘 알고 잘 느끼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잘 채워가 보려고 노력한다. 그 마음이 좋은 냄새로, 향기로 가족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
'개코의 사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