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다섯 알, 체리 열 개

아들 둘, 형제 키우는 이야기

by 크런치바

"오호, 아들 둘 엄마셨군요!"


종종 나는 이런 감탄을 듣곤 한다.


아들 둘이 나는 정말 든든하고 무척 좋다. 불현듯 언젠가 이 글을 읽을 우리 집 두 녀석이 서운할까 싶어 제일 먼저 내 진심부터 털어놓고 시작하겠다. 나는 아들 둘 엄마인 것이 진심으로 좋다. 하늘에 맹세!!


하지만 가끔 내가 아들 둘의 엄마라는 정체를 알고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하면 그 맥락도 여지없이 이해한다. 아들 둘을 키우는 그 수고스러움을 알아주는 인사에, 서로 웃음이 터진다.


"하하, 네 맞습니다. 제가 바로 아둘 엄마예요!"


아들 둘은 먹는 것도 남다르다.


일단 무척 잘 먹는다. 그렇게 잘 먹는 게 어찌나 이쁜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른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두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서니, 아이들의 먹성은 기특함을 넘어 때론 '후덜덜'하다.


마트에서 장을 봐 냉장고를 잔뜩 채워놔도 2,3일이면 금세 냉장고는 텅텅 비워져 있다. 모둠회 대(大) 자를 시켜도 10~20분이면 뚝딱이다. 삼겹살 8인분에 밥까지 순식간에 해치우는 아이들을 보고, 언젠가 남편과 그런 결심을 한 적도 있다. "고기는 집에서 구워 먹는 걸로!"

대단한, 위대(胃大)한 녀석들이다.


여기에 형제의 경쟁까지 더해져, 치열하다. 과자 한 봉지를 뜯으면 다 먹을 때까지, 한 번도 손을 멈추지 못한다. 서로 상대가 더 많이 먹을까 봐 견제하며 먹는 그 빠른 손놀림은 밥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양푼비빔밥을 먹을 때 동생과 숟가락 싸움을 했던 기억이 있지만 나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대체 먹는 게 이렇게 치열할 일이야??' 싶지만 우리 집은 늘 뜨겁다.


그러니 엄마인 나도 나만의 꼼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고물가 시대에 식비가 장난이냔 말이다. 내가 계획한 속도에 맞춰 살림을 운영하고 싶은데, 뭐든 사다 놓으면 일단 다 먹는 아이들이 집에 둘이나 있는 것이다. 때론 내 식량이 사라질까 두렵기도 하다. 가끔 웃기기도 하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들 없을 때 장을 봐서 가끔은 여기저기 먹을 것을 숨겨두곤 한다. 꺼내놓은 만큼 다 먹는 아이들을 상대하기 위한 나만의 작전이다. 이것 만큼은 나도 꼭 먹겠다 싶은 건, 또 다른 곳에 높이 넣어둔다. 밤에 몰래 남편이랑 꺼내먹을 때면 그렇게 재미있다.


이번 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마토와 체리를 샀다. 원래 우리 아이들 먹성은 앉은자리에서 과일 몇 통이고 모두 뚝딱이다. 나도 마음이야 다 먹게 하고 싶지만, 그럼 요즘 물가에 감당이 안되지 않나? 그래서 각각 절반을 꺼내 깨끗이 씻어 각자의 그릇에 담았다.


내가 일하러 간 사이 학교 끝나고 돌아온 아이들이 간식을 먹을 수 있게 떡 하나, 주스 하나와 함께 식탁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 순간 내심 불안한 거다. 아무래도 먼저 도착한 녀석이 다 먹어치울 것 같았다. 다시 신발을 벗고 들어와 메모지 한 장을 남기고 출발했다.


'이러면 못 먹겠지!' 별 걸 다 머리 쓰는 내가 어이없지만, 진심이다. 형제 둘을 키우려면 어쩔 수가 없다.


"토마토 다섯 알, 체리 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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