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밤마다 궁금한 것들

나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by 크런치바

글쓰기가 그렇게 좋고 위로가 된다면서 컴퓨터 앞에 앉기가 힘들다. 대체 무엇이 진심일까?


이것은 내게 재미있는 넌센스 퀴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옛날 손으로 직접 글을 쓰던 시절에 수많은 작가분들은 어떤 노력으로 책상 앞에 앉았던 것일까? 어떤 힘으로 그렇게 훌륭한 글들을 남겼던 것일까? 가끔 만나 뵙고 조언을 구하고 싶을 뿐이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육아와 살림에 자꾸 글쓰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친한 후배와 늦은 밤 줌으로 만나 글을 쓰기로 했다. 아무래도 혼자 힘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낸 묘책이다.


지금 자그만 창으로 반대편 너머에서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후배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화면 속 내 얼굴도 보인다. 이래야 뭐라도 한다고 모인 둘이다. 각자 몰입하고 있는 지금 나는 웃고 있다. 좋은가 보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힘든 것일까? 두고두고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다.


결론은 하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제성이 필요한 사람인가 보다. 혼자와의 약속은 은근슬쩍 아주 잘 넘어가는 편인데, 타인과 한 약속은 아무리 친한 가족이거나 친구여도 지켜야 마음이 편하다. 눈치를 보는 것인지, 남과의 약속을 어기면 마음이 불편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나를 움직이는 동력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나는 '그럼 그것이라도 활용해 보자!' 마음먹은 것이다. 이룬 것 없이 뿌듯한 밤이다.


성공한 여성분들의 글이나 인터뷰 영상들을 보면 하나같이 모든 일과가 끝난 이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썼다고 하는데, 그건 해본 사람만이 안다. 나도 20대 때에는 몰랐다, 그저 뻔한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30, 40대가 되어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해 이룬 것인지 매일매일 사무치게 실감하고 있다.


방학이면 아이들의 삼시 세끼, 돌아서면 쌓이는 설거지와 빨래, 금세 다 마르다 못해 소파 한쪽에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옷가지들, 쉼 없이 들려오는 '엄마' 소리, 곳곳에 챙겨야하는 스케줄 등등 나 같은 거북이에게는 다 적을 수도 없는 많은 것들이 매일매일 내 삶에 일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나는 꿈을 꾼다. 나는 그것만도 대단하다 싶은 날도 있다. 그러다 더 나아가 '내가 하기만 하면 뭔가 이룰 수 있을 텐데, 어쩔 수가 없네!'라며 합리화도 해본다.


하루를 마치고 넷플릭스를 켜는 것과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 그 둘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인생의 성공과 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수많은 자기 발 콘텐츠에서 듣고 읽으면서도 나는 한없이 밀려오는 피로에 전자를 선택하는 날이 더 많다.


'글렀다, 글렀어!' 싶다가도, 내 체력에 어떻게 더 노력을 하냐며 넷플릭스를 볼 자격이 충분하다고 큰 소리도 친다. 말 그대로 오락가락이다.


결론은 '에라 모르겠다!'이다. 사람마다 템포가 다르고 지금은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내게 더 중요한 시기일 수도 있지 않겠냔 말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강제성을 동반해 한 달 여 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써도 행복하고 뿌듯하니까. 최소한 오늘 밤은 이 정도면 됐다 싶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아챌 틈도 없이 살고 있으며 그런 하루가 감사하면서도 무언가를 더 이루고 싶은 욕망이 늘 꿈틀거린다. 가족도 좋고 나도 성장하고 싶고 돈도 벌고 싶고 여행도 팍팍 즐기고 싶다. 이 많은 것들을 다 채우며 살고 싶은 나는 현실 감각이 있는 걸까? 아니면 이것이 진정한 현실 자각일까?


덕분에 매일 밤 넷플릭스를 켤 것인가, 책이나 노트북을 펼 것인가 고민하다 그냥 자버리는 날이 많다.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나만의 비책이다.


올해는 글을 몇 개나 남길 수 있을까? 예전이면 자신 있게 '100개!'하고 목표를 던질 텐데, 이젠 그러진 못하겠다. 지키지 못했던 목표가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던 경험이 많이 쌓인 덕분이다.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밤, 나는 이제 다른 다짐을 한다.


'10년 뒤에도 틈이 나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


다짐 덕분인지, 오랜만에 글을 썼다는 만족감 때문인지, 나름 뿌듯한 밤이다. 오늘 밤은 이제 마음 편히 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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