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다

by 홍진이

<나이 들수록 친구가 없다>는 말은 친구가 없다고 느끼는 나에게 고마운 방패가 되어 준곤 했다. 돌아보니 마음 편히 연락을 할 수 있는 친구 한명이 없다는 사실이 때로는 외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냥 이 나이쯤 되면 당연한거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방패.


갑자기 주어진 자유시간에 뜬금없이 연락해 커피한잔을 마실 친구 한명이 떠오르질 않고, "야 뭐하냐~?" 할 친구 한명이, 시시콜콜한 대화를 가볍게 나누며 하하호호 편하게 얘기할 사람이, 내 고민이 입에서 나가는 순간 결국 내 흉으로 잡힐까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친구 한명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인간관계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 성격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나이가 들어가는 나에게 정당화 할 수 있는 말이였으니까.


오늘 어느 방송에서 한 연예인을 보았다. 동네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지인의 빵집에 들려 빵을 사고, 또 다른 지인의 카페에 들어가 사간 빵을 나눠 먹으며 커피를 주문하는 그 소소한 일상이 갑자기 너무 부러웠다. 그런데 나는 관계를 위해 어떤것도 하지 않은채 그냥 그 관계를 부러워만 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요즘의 나는 진짜 만나서 대화를 하는것보다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듣는게 편한 것 같다. 어쩌면 정말 얼굴을 마주할 만큼 나의 시간과 돈, 에너지를 쏟을만한 관계가 없다는 반증일지 모르겠다. 이제는 카톡도 아닌,인스타그램에 올린 지인의 스토리에 보내는 dm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어쩌다 하는 연락에 "언제봐? 우리 언제보지?" 하며 얘기하던 친구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아이들이 방학이라서, 우리가 조금 멀리 살아서, 일이 바빠서.. 하는 모든 것들이 핑계가 되는 순간은, 나를 만나지는 못하지만 누군가와는 만남을 갖는 친구의 일상소식. 처음엔 섭섭했지만, 나 또한 그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내 시간을 조정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으니 섭섭하다 말할 수 없는 일이다. 나 또한 그 친구가 아닌 다른 이들과의 만남은 가져왔으니까..


관계란, 쌍방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마냥 "난 네가 좋아~" 하던 어린시절의 우정은 이제 없을 나이니, 네가 커피를 사면 나도 커피를 한잔 사고, 생각지 못한 모바일 생일 선물에 나도 다음에 무슨 선물해야하지..? 고민하는 그런 노력..마치 청첩장을 받자마자 축의금 얼마 받았더라? 하는듯한 주고받는 관계가 씁쓸하기도 하지만, 필요없는것은 아니더라. 그러니 가족은 참 위대한 관계인것 같기도 하다? 조건없이 주는 부모, 돌려받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은 자녀, 미우나 고우나 지지고 볶아가며 살 부비고 사는 부부..


나의 어떤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문제 때문에 인간관계가 참으로 좁은 나와 같이 살아주는 남편에게 새삼 고맙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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