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앞에서만큼은

자책하지 말자

by 홍진이

요즘 고요한 새벽에 혼자 일어나 책읽는 시간이 참 좋다. 몇주 안 된 나의 새벽 루틴은 4:30분 알람을 듣고 일어나 5:00새벽예배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5:30분쯤 집에 돌아와 말씀 한장을 읽고 묵상을 한다. 그리고 30분 타이머와 타임랩스를 키고 책을 읽고 혼자 sns에 인증하는 것.

그럼 7:00쯤 되는데, 그 시간이 정말 요즘 너무너무 좋다. 물론... 초저녁부터 졸립긴 하지만.....;;; 9시쯤이면 아이들과 함께 잠들고 또 새벽에 혼자 먼저 일어난다.


요즘은 미술서적을 읽고 있다. 서양화가 전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예과를 나왔으니 미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품 하나를 보더라도 배경지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는걸 알면서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미술사를 집어들었다. 대학생 때 이후로 서양미술사를 처음 보고 있으니 17-18년 만인듯 하다. 사실 이 분야의 책을 읽기 전에는 오직! 오로지! 무조건! 거의 자기계발서만 읽었었다. 유튜브도 그런걸 들으니 자꾸 올라오는 알고리즘은 많은 책을 추천해주었고, 대부분의 자기계발 유튜버가 추천해주는 책들은 다 샀던것 같다. 그리고 그걸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는 또다른 자기계발서를 읽었고 자꾸 돈, 돈, 거리는 자기계발에 질리기 시작했던것 같다. 그리고 정말 내가 좋아하고 필요한 책을 읽고 싶어 다양한 장르의 책을 보기 시작했다.


오늘은 책 반납을 하러 도서관에 갔는데, 미술서적을 지나 잠시 자기계발, 경제 분야로 가니 갑자기 내 마음이 흑탕물처럼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빌리는 순간에도 마치 "돈은 안버니? 돈공부 안하니? 좋아하는 미술만 그렇게 하는게 무슨 의미야? 그냥 너좋자고 하는거 아니야?" 라고 나를 자책하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책 앞에서도 이런 감정, 도대체 뭐야?..


나는 모든일에 자책이나 죄책감, 후회같은걸 잘 느끼는것 같다. 잘한것 보다는 못한것들만 생각이 나 자꾸 슬퍼지기도 하고, 내가 잘못했던 것들이 언젠가 큰 후회로 돌아올까봐 두렵기도 하다.


아이에게 준 상처때문에 내가 헤매고 방황했던것 처럼 아이를 힘들게 하진 않을까.. 내가 조금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지금보다는 괜찮은 환경에 있을수 있었을까.. 내가 내 처지를 핑계대며 나태함과 안일함으로 보낸 시간들을 더 잘 활용했더라면.. 여러가지 후회와 자책들...


지금은 내가 하는 일들에 수입면에서 큰 성과가 없으니 내가 여러가지 일에 관심을 갖는것에 대한 자책감 같은게 큰 것 같다. 만약 내가 직장인들처럼 어느정도의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상태로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여러가지 배우는 것들은 자기계발이라고 할 수 있을거 같은데, 그러지 않는 내 상황에서 여러가지 관심사들은..그저 이것저것 후비고만 있는건 아닌지... 남편은 매일 힘들게 직장에 나가는데, 나는 나 좋자고 그림그리고, 나 좋자고 기록하고, 나 좋자고 책 읽고.. 그게 좀 생산적이지 않다는 생각.


그게 나를 좀 힘들게 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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