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끝에서

by 해이

한때 죽고 못 살 거처럼 친근했던 이들의 뒷모습이 어찌나 지저분한지 악취가 물씬하다

새카만 구정물을 흩뿌리며 새카만 발자국으로 새카만 흔적을 남기고야 만다

명치 언저리께를 밟아놓고 떠난 것인지 쿡쿡 쑤시는 통증이 영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동조해 나를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내 생에선 이미 죽어 사라진 이들의 망령의 소리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나의 애도는 끝나기도 전에 크나큰 비난에 속수무책으로 팽개쳐진다

아끼고 가까웠던 만큼 나의 애도는 깊고 쓰라렸다 이미 서로의 삶에서 우리는 지워졌고 충분히 애도하고 보내는 일만 남은 줄 알았건만 아니었다

그들의 원망은 저급하기 짝이 없어 대응하고 싶지 않다가도 울컥 솟구치는 억울함이 나를 그들의 진흙탕으로 끌어내린다

함께 오물을 잔뜩 뒤집어쓴 나를 내려다보니 한숨이 스며 나올 수밖에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말만 반복하는 이들을 목도한다 흡사 원귀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그제야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확신이 실린다

똥을 너무 가까이 두면 냄새가 배어버리고 더 가까이 두면 결국은 나도 똥칠을 할 수밖에 없구나

방치한 내 잘못이 크다

마지막 모습이 어디까지 치졸해질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처참하리만큼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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