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이 벽 뒤에 있다
슬픔도 원망도 그리움도 미움도 억울함도 다 나와 상관없이 느껴진다
모든 게 무감각하다
하고 싶은 것도 원하는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
언제였던지 미래를 그리기도 했던 거 같은데 부질없게 느껴진다
아무리 원하는 게 없어도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려면 인간에겐 필요한 게 너무 많다
나는 그저 살아있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신세 지고 있다 필요한 건 지나치리만큼 다양했고 그것들은 대부분 돈이 들었다
사람답게 살려면 필요한 게 너무 많다
나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나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뿌리내릴 땅 한 평만 주어지면 필요한 모든 건 자연이 준다
아무 말도 할 필요 없고 미움을 살 일도 원망을 받을 일도 없다 밤낮이 바뀌고 바람이 바뀌고 모든 게 바뀌는 동안 그저 그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다 외로워질 때면 쉼이 필요한 새들이 다녀가고 답답해질 때면 소낙비에 시원하게 씻어버리면 된다 세월이 쌓여 굳어진 나무껍질은 갑옷처럼 단단해져 쉬이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작은 벌레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