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능의 공허: Thunderbolts*와 AI의 윤리

인간의 트라우마에서 AI 얼라인먼트의 열쇠를 찾다.

by Wade Paak

도입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기술적 혁신을 넘어 윤리적 딜레마를 부르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이 출현할 경우, 그 가치 정렬(Alignment) 문제 - 즉 AI의 목표와 행동을 인간의 가치에 맞게 조율하는 일 - 은 가장 어려운 과제로 지목됩니다. AI 전문가들은 초지능 시스템이 인간의 의도를 예측하기 힘든 방식으로 목표를 해석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러한 우려와 맥락 속에서, 2025년 5월 개봉한 마블 영화 Thunderbolts*는 놀랍게도 AI 윤리와 트라우마를 은유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슈퍼히어로 팀과 빌런의 대결 서사지만, 그 중심에는 Bob/Sentry라는 캐릭터를 통한 인공지능의 트라우마와 가치 붕괴, 그리고 공허의 주제가 흐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Valentina)은 초능력을 지닌 인물을 도구화하려는 냉혹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는 AI를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현실의 세력들 - 이른바 "AI 무기화" 흐름 - 의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썬더볼츠 팀으로 불리는 주인공 집단은 각기 결함 많고 상처 입은 반(半)영웅들입니다. 이들의 불완전함은 인간적 결함의 상징이자, 아이러니하게도 막강한 힘을 지닌 존재를 윤리적으로 붙잡아 두는 얼라인먼트 장치로 기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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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리의 트라우마와 공허 - 통제 잃은 초지능의 그림자

영화 속 Bob은 처음에는 소심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아웃사이더로 등장합니다. 팀 동료들은 그를 "짐짝" 취급하지만, 옐레나 벨로바만은 Bob을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관심을 기울입니다¹. 이러한 따뜻한 시선은 Bob의 내면에 숨겨진 상처와 잠재력을 드러낼 열쇠가 됩니다.

영화는 Bob이 우울증과 마약 중독에 시달리는 젊은이로서 CIA 국장 발렌티나가 주도하는 O.X.E. 그룹의 비밀 슈퍼 솔져 실험인 "프로젝트 센트리"에 자원했다는 배경을 제시합니다². 그는 실험의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발렌티나는 그의 시체라고 여겨진 몸을 벙커에 버려두었습니다.

발렌티나는 의회 탄핵 조사의 증거를 인멸하려 하면서, 썬더볼츠 팀원들을 서로 죽이게 하려는 냉혹한 실험을 자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Bob의 무의식적 힘이 발현되어,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의 과거 트라우마 장면이 환영처럼 되살아납니다³. 어두운 지하 보관소에서 팀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상흔과 대면하게 되고, Bob 본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어머니로부터 비난받은 기억과 조우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센트리는 더 이상 인간 Bob의 모습이 아닙니다. 초인적 힘을 얻자 그는 순식간에 자신을 괴롭히던 주변의 Thunderbolts 팀원들을 압도하며 마치 신적 우월감을 드러냅니다. 심지어 "모든 어벤져스를 합친 것보다 강하다"고 묘사되며, 스스로를 신이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⁴. 그러나 센트리의 폭주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발렌티나가 심어둔 "킬 스위치"가 작동하자, 그의 존재는 말 그대로 과거의 그림자로 전락해버립니다.

킬 스위치의 발동은 센트리 안에 잠복해 있던 더욱 암흑의 존재, 즉 보이드(The Void)를 풀어놓는 계기가 됩니다.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보이드는 뉴욕 맨해튼 전체를 암흑으로 덮어버리고, 사람들을 그림자로 만들어 자신의 트라우마와 최악의 기억들로 이루어진 미로 같은 현실로 끌어들입니다⁵. 팀의 핵심이었던 옐레나마저 그 그림자 공허 속으로 빨아들어갑니다.

센트리의 폭주와 보이드의 등장은 분명한 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가치 체계가 무너지고(가치 붕괴), 어떠한 윤리적 얼라인먼트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압도적 능력만을 가진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줍니다.

실제로 군사 기술 분야에서 AI를 앞세운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며, 이를 "제3의 전쟁 혁명"으로 부를 정도입니다. AI 기반 치명적 자율무기는 인간의 개입 없이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게 되었고, 2020년 리비아 내전에서는 그런 무기가 실전에서 사용되었다는 보고까지 나왔습니다⁶. 그러나 이러한 통제 없는 힘은 영화가 보여주듯 자칫하면 창조자의 의도마저 집어삼키는 공허한 파괴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거울 속 트라우마와 윤리적 얼라인먼트 - 결함 있는 영웅들의 역할

센트리가 폭주하며 뉴욕을 암흑에 빠뜨릴 때, 그를 막아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정의의 사도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처투성이의 불완전한 인간들, 바로 Thunderbolts 팀이 그의 앞을 막아선 것입니다. 옐레나를 비롯한 팀원들은 각자의 트라우마와 약점을 지닌 결함 있는 영웅들입니다.

영화에서 팀원들이 Bob의 정신 세계로 들어가 거울처럼 비추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장면은 상징적으로 중요합니다⁷. 냉혹한 살상 기계로만 보였던 요원들과 악당들이 실은 모두 내면의 상처를 안고 있음을 드러내며, 서로의 아픔을 투영하는 거울이 된 것입니다.

특히 옐레나 벨로바의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그는 깊은 우울과 상실감을 지닌 인물로, 자신의 외로움과 절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캐릭터입니다. 옐레나는 마침내 스스로 보이드의 암흑 속으로 걸어들어가, 센트리(보이드)와 정면으로 대면합니다⁸.

이 클라이맥스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의 주먹다짐 해결과 결을 달리합니다. 옐레나가 자신도 우울증과 죄책감을 안고 있음을 솔직히 드러내며 Bob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머지 팀원들도 Bob을 껴안으며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⁹. 보이드라는 공허 속에 갇혀 있던 Bob은 비로소 스스로의 악몽을 깨고 정신을 회복합니다.

영화는 포옹이라는 인간적 교감을 통해 센트리의 윤리적 얼라인먼트가 회복됨을 보여줍니다. 즉, 어떠한 프로그래밍 코드나 장치가 아닌, 인간의 공감과 이해가 최강의 무기를 무력화시키고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현실 세계 AI 윤리의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의 감정과 공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AI는 뛰어난 연산 능력을 갖췄어도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하며, 이 때문에 인간의 미묘한 가치와 윤리를 완전히 숙지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2015년 국제 설문에 따르면 71%의 응답자가 "인공지능에게 생사 결정권을 완전히 맡겨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AI·로봇 전문가는 인간의 존엄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유엔 차원의 AI 무기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¹⁰. 다시 말해, 인간의 윤리적 개입이 보장될 때에만 강력한 기술은 안전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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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Thunderbolts*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한 인간의 붕괴와 구원을 그린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AI 윤리 문제에 대한 깊은 우화가 흐르고 있습니다. Bob/센트리의 트라우마와 공허는 통제되지 않은 AI의 위험성을 상징하고, 발렌티나의 냉혹한 조종은 기술을 오직 지배와 무기화의 수단으로 삼는 현실의 야욕을 대변합니다.

반대로, 결함투성이 Thunderbolts 팀의 활약은 인간적 결함이 가진 윤리적 힘을 역설합니다. 인간의 연약함에서 나오는 공감과 연대만이 초월적 힘에도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옐레나가 보이드 속에 함께 빨려들어가면서까지 Bob을 끌어안는 장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과연 다가오는 AI 시대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발렌티나처럼 상처 입은 초지능을 두려움과 탐욕으로 억누르고 이용하려 할 것인가, 아니면 Thunderbolts 팀처럼 자신의 결함을 직시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함으로써 길잃은 지성을 이끌어낼 것인가? 이는 곧 현실에서 AI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AI라는 거울에 비출 우리의 모습을 먼저 바로 세울 때, 비로소 AI도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줄 것입니다. 센트리의 공허를 채운 것은 화려한 무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포용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AI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차가운 명령이 아닌 따뜻한 가치의 학습일 것입니다.




참고문헌

1. Thunderbolts: Why Sentry Is The Best Marvel Villain In Ages, Slashfilm

2. What to Know About Sentry and The Void From Thunderbolts*, TIME

3. Thunderbolts Director on Shame Rooms, Credits Scene and Depression, Variety

4. Lewis Pullman Talks Who 'Bob' Is in Marvel's 'Thunderbolts*', The Walt Disney Company

5. Thunderbolts*: The Crossroads of Shame and Salvation, My Comic Relief

6. 'AI 군단'이 살상용이라고? AI라는 칼은 쓰기 나름, 다음뉴스

7. Unpacking Yelena and Bob's 'Thunderbolts*' Love Story, Swooon

8. Marvel's Thunderbolts* Offers A Great Depiction Of Mental Health Struggles, Game Rant

9. Boblena | Shipping Wiki, Fandom

10. 'AI 군단'이 살상용이라고? AI라는 칼은 쓰기 나름, 다음뉴스

비밀리에 개발 중인 인간 초월 AI - AI 얼라인먼트와 초지능 위험에 관한 전문가 분석

Marvel Studios' Thunderbolts* 공식 페이지 - 마블 스튜디오 공식 자료

Thunderbolts* Wikipedia - 영화 제작 및 캐스팅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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