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 도구의 역설: 사회적 전환의 필요성

개별 기업의 AI 혁신이 거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와 해법

by Wade Paak

서론: 문제 제기와 맥락

최근 산업 전반에서 생성형 AI(GenAI) 기반 SaaS 솔루션이 대대적으로 도입되면서 과거 도구 혁명 때처럼 생산성 폭발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었다. 예를 들어, McKinsey는 AI가 장기적으로 최대 4.4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1]. BCG 보고서도 "GenAI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근로자의 업무 범위를 확장시킨다"고 강조했다[2].

그러나 정작 거시적 생산성 지표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현재 AI 도입 양상이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네 가지 핵심 현상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분석한다. 첫째, 개인 차원의 생산성 향상이 조직 전체의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미시-거시 갭이다. 둘째, AI 기능 추가가 신규 사용자 확산이 아닌 기존 고객 대상 가격 인상으로만 이어지는 시장 확산의 실패다. 셋째, AI 도입을 주도하는 슈퍼 엔지니어 현상이 조직 전체의 AI 전환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이 모든 현상이 거시적 생산성 향상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AI 전환이 개별 기업 차원의 기술 도입이 아닌,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체계적 접근을 요구한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GenAI의 생산성 약속 vs 현실: 첫 번째 신뢰 위기

GenAI 도입 초기에는 비기술직 직원도 복잡한 데이터 분석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생산성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BCG의 실험 연구에 따르면, 코딩이나 통계 경험이 전무한 일반 컨설턴트들도 GenAI를 사용해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데이터 과학 과제를 해결해 냈다. 특히 중간 수준의 코딩 경험을 가진 참가자들은 모든 과제에서 더 좋은 성과를 냈는데, 이는 '엔지니어 마인드셋'이 AI 도구 활용의 핵심 성공요인임을 시사한다[2].

하지만 이러한 개인 차원의 성과가 조직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Faros AI의 조사에 따르면 개발자들이 AI 코딩 도구로 실제로 더 많은 코드를 작성하고 더 많은 작업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차원의 전달 속도나 비즈니스 성과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5]. 예컨대 AI를 적극 활용하는 팀은 작업 처리량이 21% 증가하고 pull request 병합 건수가 98% 늘어났으나, 코드 검토에 걸리는 시간은 91% 증가해 전체 개발 속도는 정체되었다[6].

이러한 "미시 생산성 역설"은 AI 효과에 대한 첫 번째 신뢰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McKinsey의 조사 결과처럼 AI를 도입한 기업들 중 실제 재무성과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한 Fortune 100 기업의 HR 책임자는 "AI 어시스턴트가 업무 효율을 높이지만 아직 인건비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3]. 개별 업무 단계가 빨라져도 다른 병목 단계(Amdahl의 법칙)가 따라주지 못하면 조직 전체 효율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정말 효과가 있나?"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며, 기업들의 AI 투자 의사결정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 확산의 실패: 두 번째 신뢰 위기

많은 SaaS 기업은 자사 제품에 AI 기능을 추가하면서 신규 고객 확보를 기대했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AI 기능 도입 후에도 SaaS의 성장 궤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고, 대신 구독 요금이나 사용량 기반 과금이 대폭 인상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McKinsey의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AI 적용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기존 리스트 가격의 60~80% 인상을 수반했다[3].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가격 인상이 실질적인 가치 증대에 대한 고객들의 확신 부족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CIO·CFO들은 여전히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인력 충원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전통적 구독 모델 하에서는 사용자 수(또는 seat 수)로 비용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AI 과금 모델은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아 예산 관리가 어렵다는 불만도 많다[7].

실제로 기업들의 AI 소프트웨어 지출은 최근 1년 사이에 8배 늘어 50억 달러에 달했으나, 이는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1%를 넘지 못한다[8]. SaaS Capital의 조사에서도 AI 기능을 제품에 적용한 기업들은 대부분 기존 고객의 유지·확장에 주력하며, 별도의 신규 수요 창출 효과는 크지 않았다[4].

이러한 시장 확산의 실패는 두 번째 신뢰 위기를 드러낸다. 고객들이 AI 기능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명확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서, "이 가격이 합당한가?"라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AI SaaS 시장은 혁신적 확산보다는 기존 고객 대상 가격 프리미엄 추구로 귀결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 성장 동력을 제약하고 있다.


슈퍼 엔지니어 현상과 AI 전환 비용: 세 번째 신뢰 위기

AI 도구의 도입과 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주로 개발·엔지니어링 팀에 쏠리면서, 조직 내에서 '슈퍼 엔지니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역량 차이를 넘어서 AI 전환의 구조적 비용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SaaS Capital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3백만 달러 미만의 소규모 기업 중 32%는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반면 26%는 'AI 퍼스트' 전략을 채택했다[9]. 반면 연매출 2천만 달러 이상의 대형 기업에서는 AI 도구를 전면 배제하거나 전면 도입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보수적으로 부분 도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양극화(barbell) 효과"는 기술 자원이 한정된 조직에서 엔지니어 역량에 따라 AI 도입 전략이 극단으로 나뉘었음을 의미한다.

숨겨진 전환 비용이 문제의 핵심이다. BCG 실험에서 중간 수준 이상의 코딩 경험을 가진 참가자들이 세 가지 모든 과제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낸 것은, "코딩이 길러준 엔지니어식 문제 분해 능력이 GenAI 적응의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10]. 하지만 이는 동시에 조직 전체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대규모 인력 재편성과 교육 투자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실제 사례에서 SaaS Capital의 한 참가자는 AI 코파일럿 덕분에 평소 10시간 걸리던 작업을 단 2시간 만에 완료했고, 조사자는 "숙련된 AI 사용자 1명이 10인 개발팀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정리했다[11][12].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 효율성은 의존성 위험지속 비용 증가를 동반한다. 핵심 인재 이탈 시 조직 전체가 마비될 수 있으며, AI 활용 가능 인재에 대한 연봉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수 정예 vs 다수 활용"의 딜레마다. 소수 슈퍼 엔지니어에 의존하면 확장성이 제한되고, 전사적 확산을 추진하면 막대한 교육과 인프라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의 비용 구조에서는 기존 노동비(고정) + AI 도입비(추가) = 총비용 증가라는 등식이 성립하여, 단기적으로 생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모두에게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가?"라는 세 번째 신뢰 위기를 야기하며, 조직 내 AI 전환에 대한 저항을 증가시키고 있다.


거시적 생산성 효과의 지연: 네 번째 신뢰 위기

앞서 살펴본 미시적 생산성 개선이 국가 단위의 경제 성장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OECD의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연간 총요소생산성(TFP) 성장 기여도는 0.25~0.6%포인트 정도로 추정된다[13]. 노동생산성 기준으로도 연간 0.4~0.9%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더욱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조차 미국·영국 등 AI 노출도가 높은 국가의 노동생산성 증가는 최대 1.3%p로 예상되며, 다른 국가들은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14].

이러한 제한적 전망의 배경에는 사회적 합의 없는 개별 도입의 한계가 있다. IMF 연구진은 국가별로 AI "노출도"와 "준비도" 차이가 크다고 지적한다[15][16]. 기술 인프라, 교육 수준, 제도적 지원 등이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신흥국·저소득국은 AI 도입 이득을 실질화하기 어렵다.

각 기업이 각자도생식으로 AI를 도입할 경우, 표준화와 상호 운용성 부족으로 시너지 창출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들이 많다. IMF 모형에서는 AI로 인한 경제성장이 선진국에서 저소득국보다 두 배 이상 클 수 있다고 나타났는데[17], 이는 AI 파급 효과가 집중되는 산업 구조를 갖춘 국가들에서만 의미 있는 생산성 상승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결국 거시 생산성 증대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쓴다고 자동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OECD·IMF는 구조적 준비와 보완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AI의 거시적 효과가 실현된다고 강조한다[16][17]. 이는 "미래가 확실한가?"라는 네 번째 신뢰 위기를 야기하며, 장기적 AI 투자에 대한 사회 전체의 확신을 약화시키고 있다.


결론: 사회적 신뢰와 체계적 전환의 필요성

지금까지 살펴본 네 가지 신뢰 위기는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바로 개별 기업 차원의 AI 도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AI 혁명의 경제적 현실은 명확하다. 현재의 "AI + 기존 인력" 모델에서는 노동비(고정) + AI 도입비(추가) = 총비용 증가라는 등식으로 인해 단기적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개별 기업이 성급한 구조조정을 시도하면 사회적 반발과 브랜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되고, 그렇다고 현상 유지를 선택하면 비용 증가만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딜레마의 해법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체계적 전환에 있다. 첫째, 전환 비용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조정 비용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고, 노동력 재배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신뢰 구축을 위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AI 성과 측정을 표준화하고, 명확한 ROI 제시 방법론을 개발하며, 실패 사례도 포함한 균형 잡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셋째, 산업 구조 재편을 위한 집단적 접근이 요구된다. McKinsey가 제안하듯 AI+SaaS 시대에는 단순 좌석(Seat) 과금의 한계를 인정하고, 고객이 실제로 얻는 가치 단위에 기반한 사용량 과금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18]. 업계 차원의 AI 표준 및 상호 운용성을 확립하고, 공동 R&D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단계적 전환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합의 기반의 정책 프레임워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BCG가 조언하듯 경영진이 GenAI를 생산성 도구가 아닌 종업원을 '강화'하는 외골격(exoskeleton)으로 받아들이려면[19], 노동 전환 지원 제도, AI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 교육,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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