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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선 Feb 25. 2024

미식의 도시 산 세바스티안으로



어슴푸레하게 아침이 밝아 오는 창 밖으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혹여 비로 인해 일정이 뒤틀릴까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내어다 보니

야광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긴 호스의 끝을 잡고 골목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수고로 바스크 지방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가고 있었다.


양희가 준비한 뜨끈한 홍합 미역국으로 내 몸은 완전히 회복을 하였다.

우린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보낼 여분의 짐들을 서둘러 꾸렸다. 

세 명의 여분의 짐을 챙겨 넣을 중간 크기의 박스를 받아 물건을 넣고 테이프로 봉해 

영어, 스페인어를 섞어 우체국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온다리비아에서의 고운 추억을 가슴에 담고 호스트 알베로가 예약해 준 택시를 타고 

산 세바스티안 ULIA 율리아 유스호스텔을 향해 달려갔다.



산꼭대기 숲속 향기 그윽한 곳에 위치한 유스호스텔에서 바라보는 시내 풍경과

초승달 모양의 라 콘차 해변이 먼 듯 가까이 보인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자마자 마을 셔틀차량을 이용해 시내로 향했다. 


스페인 왕실이 사랑하는 유럽 최고의 휴양도시,

스페인에서 물가가 높고, 첫 손에 꼽히는 미식의 도시,

바스크 지방의 중심이자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가 열리는 도시,

방파제를 향해 서슴없이 거센 파도가 차오르는 그로스 해변은

계절에 상관없이 많은 서퍼 surfer들이 찾는 곳으로 서핑이 일상화가 된 도시이다.


산속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 탑승을 오후 8시 30분으로 예약하고 여유롭게  구도심으로 걸어갔다.

근사한 바닷가 해변 뒤로 걷기 좋은 산책로에는  

백 년도 넘게 산책로를 지켜온 가로등이 쭈욱 늘어서 있다. 

구도심의 오랜 시간들을 마주하며 천천히 걸었다.


레스토랑, 타파스, 핀초바 등 상점들이 즐비한 번화가를 지나

막다른 골목길로 들어서니 

출입문의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 장식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산타 마리아 성당 앞이다.

성당 앞 계단 앞에 앉아 한숨 돌리고 바라보니 특이하게도 

신시가지 산 세바스티안 대 성당과 마주 보고 있다.

스페인의 노인들은 다 아름다운가? 스치고 지나쳤던 많은 노인들의 모습은 

자신을 꾸미는데 게으름이 없고 개성이 넘치고 활력 있으며 씩씩해 보였다. 

산 세바스티안에 도착해서 우리가 가장 많이 했던 얘기 소재는

몸도 마음도 멋지게 나이 들어가자는 다짐이었다.


쨍하던 햇살도 제풀에 스러질 즈음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노란빛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화려한 불빛으로 거리의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상점들은 더욱 활기를 띠고

많은 타파스바에는 핀쵸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하다.

종일 걸어 지친 심신을 레몬 맥주와 다양한 핀쵸로 저녁을 대신하고

약속된 장소에서 기다린 마을버스는 산꼭대기 숲속 작은집 숙소에 무사히 데려다주었다.




빌바오를 향하는 일정으로 하루만 머문 산 세바스티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으나

언젠가 다시 아름다운 미식의 도시를 제대로 탐험 할 그 날을 약속해 본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야경은 보석처럼 반짝이며 

여행자의 들뜬 마음에 설렘과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을 선물한다.

고요한 산 속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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