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다리비아 2일차 -
아침 새소리에 잠이 깨었다.
발코니 앞에서 바라보는 앞집 풍경은 온통 넝쿨식물로 건물전체가 감싸여있다.
넝쿨집 옆 카페 야외 파라솔위에는 노란 불빛이 은은하다.
잠시 후 고적대 소리가 들린다.
크고 작은북과 피리를 연주하는 네 명의 연주가가 아침을 깨우며
골목을 누빈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타악기 리듬이 골목 끝으로 돌아설 때까지 고개를 빼고 내려다본다.
아침저녁으로 뚝 떨어진 온도차로 온몸이 으스스 하다.
오늘은 신도심 탐방에 나서는 날, 그런데 몸이 심상치 않다.
부르튼 입술이 얼얼하고 한기가 돌고 열이 살짝 오르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소 앞 카페 크루아상을 지나칠 수는 없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광장 노천카페에서 모닝커피를 즐기고 싶었는데 벌써 부지런한 손님들로 가득하다.
카푸치노 세 잔과 세 종류의 크루아상을 주문했으나 앞에 두고도 먹을 수도 말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나 때문에 오늘 일정을 망칠까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하루 쉬고 나면 괜찮아 질 거란 믿음으로 신도시 탐방은 포기하고
몸살 약을 복용하고 쉬기로 했다.
몸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듯 꺼져만 가는데 정신은 라디오 노랫가락을 따라 춤을 춘다.
그들은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타파스 tapas 맛집에서 생맥을 곁들여 맛보기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다녀오라는 짧은 몇 단어를 보내놓고 그림도구를 챙겨 숙소 테라스에 골목 풍경을 그렸다.
많은 관광객들이 좁은 골목을 지나면서 행복한 얼굴로 내게 눈 인사를 건네준다.
그림에 몰두해서 일까, 몸 상태가 다소 안정이 되었다.
아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어 마을 중심을 향해 나섰다.
해변으로 가는 길목 마을은 관광객들의 오가는 발걸음으로 활기를 더하고
식당마다 모여 앉아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동네 청소년들의 발랄한 모습은 마을 전체에 생기를 돌게 한다.
마을 중심 한편에 에스컬레이터가 보이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은 동네는 생활의 시간이 녹아든 듯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집집마다 널려있는 빨래와 따사한 햇살 아래 삼삼오오 앉아 있는 어르신들,
자전거를 타고 분수대를 빙빙 도는 아이들,
부모가 잡아 주며 흔드는 줄 리듬에 맞춰 줄넘기 재미에 푹 빠진 한 가족의 풍경이 정겹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보니 붉은 지붕들 행렬이 한 폭의 작품처럼 아름답다.
바다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는데
마을 건너편 프랑스 엉다이 해변에 놓여있는 즐비한 요트의 선들이 이토록 낭만적이라니...
석양이 흐릿한 선홍빛을 보이며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햇빛의 움직임에 경건해지고 마음까지 풍족하게 하는 여행자의 이름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이 행복하다.
숙소로 돌아온 후 우린 심각한 회의를 했다.
배낭 짐을 줄이기 위해 온두라비스 우체국에서 콤포스텔라 우체국으로 보낼 짐부터 챙기기로 했다.
이대로 걸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