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아래, 책보다 시간이 먼저 보이는 책방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간
전주 카프카책방은
하필 쉬는 날이었다.
닫힌 문 앞에 서서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한 채
그저 안을 상상해 본다.
이름처럼,
프란츠 카프카를 떠올리며 지었을 이 책방은
아마도 그의 문장들처럼
조용하고, 조금은 낯설고,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세계를 품고 있을 것이다.
벽마다 걸려 있을 그의 초상과
문장 사이를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리고 입구에 놓인
시집과 필사의 시간들.
하지만 나는
그 세계의 문 앞에서 멈춘 채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어쩐지 그 상황이,
카프카의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이유도 모른 채 가로막힌 문,
들어가고 싶지만 허락되지 않는 어떤 경계.
발길을 돌려 나오는데
담쟁이넝쿨이 바람에 흔들리며
초록빛을 번져 놓았다.
끝내 들어가지 못한 서점.
그래서인지 더 또렷하게 남는다.
열리지 않은 문처럼,
그 안의 세계는
아직도 상상 속에서만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