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감정을 잠시 맡아주는 서점
전북 군산의 구도심,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다 잠시 머문 듯한 자리.
그곳에 오래된 적산가옥 한 채가 숨을 고르듯 서 있고,
그 안에 작은 서점, 마리서사가 조용히 빛나고 있다.
낮게 내려앉은 기와지붕 위로 전깃줄이 얽혀 흐르고,
바랜 나무 창은 오래전의 시간을 품은 채 말을 아낀다.
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속도가 한 박자 늦춰진다.
문을 열면,
책 냄새와 함께 오래된 집의 온기가 천천히 스며든다.
이곳의 책들은 낡음과 새로움으로 나뉘지 않는다.
서로의 시간을 받아들이며,
오래된 나무 틈 사이로 스며든 빛처럼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겹쳐진다.
그래서 이곳의 책들은
단순히 읽히기 위해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을 잠시 맡아두는
조용한 그릇처럼 느껴진다.
도시의 빠른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곳에서는 시간이 머무는 법을 배운다.
마리서사는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잊고 있던 마음이 다시 돌아와
가만히 자리를 잡는 곳.
한 장의 그림처럼,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머무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