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1

아픈 사람

by 정인

나에게 엄마는 아픈 사람이었다.

내가 달려가 안기고 싶은 존재가 아니라 살결을 계속 쓰다듬고 만지고 싶은 사람. 존재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은 사람. 밤이면 엄마가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면 어두운 집, 방 한편에서 조용히 숨만 내쉬며 잠들어있었다. 어린 나이에 나는 그 모습이 무서웠다. 엄마가 많이 아프구나. 정말 많이 많이 아프구나. 이러다 언젠가 내 곁에서 사라지면 어쩌지. 엄마를 향한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욕심이어서 그 욕심에 으스러질까 투정 한번 부리기 어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섬뜩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밤마다 엄마 방에 가서 안마를 한 시간 넘게 해주고 나오는 길에 꼭 엄마를 향해 절을 했다. 불교 신자였던 엄마를 따라 어려서부터 수도원 캠프를 다녔다. 그래서 그 당시 나에게 부처님은 맹신과 믿음, 의지의 목적보다 나의 작은 소원들을 빌면 들어줄지도 모르는 산타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그 작은 과거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은 ‘엄마가 건강하게 해주세요.’, ‘엄마가 더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가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절을 하며 소원을 비는 것이었다. 가끔 선잠에서 깬 엄마는 “뭐해?”라고 물었지만, 늘 “아니야.”라고 말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엄마의 건강을 염원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올 때 그 무거움은 나를 한없이 슬프게 만들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알았다. 엄마는 밤마다 편의점 새벽 알바를 하러 집을 나선 거였구나. 돈을 벌기 위해. 근데 왜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몸의 병으로 모로 누워 힘겨움을 토해낸 게 아니라. 마음의 병으로 억겁의 인생을 견뎌오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서. 삶의 의지가 강한데 몸이 따라주지 못한 게 아니라. 삶의 의지가 약해서 간신히 버티고 서 있다는 걸 깨달아서였다.


정말 엄마는 사그라들고 있었다. 내가 간절히 바란다고 이루어질 수 없고, 어쩌면 나의 존재가 엄마의 생명을 더 꺼트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나의 사랑이 정말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현실. 그 사실을 깨달아서 나는 무서웠다. 그 이전보다 더 무서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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