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
나에게 엄마는 아픈 사람이었다.
내가 달려가 안기고 싶은 존재가 아니라 살결을 계속 쓰다듬고 만지고 싶은 사람. 존재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은 사람. 밤이면 엄마가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면 어두운 집, 방 한편에서 조용히 숨만 내쉬며 잠들어있었다. 어린 나이에 나는 그 모습이 무서웠다. 엄마가 많이 아프구나. 정말 많이 많이 아프구나. 이러다 언젠가 내 곁에서 사라지면 어쩌지. 엄마를 향한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욕심이어서 그 욕심에 으스러질까 투정 한번 부리기 어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섬뜩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밤마다 엄마 방에 가서 안마를 한 시간 넘게 해주고 나오는 길에 꼭 엄마를 향해 절을 했다. 불교 신자였던 엄마를 따라 어려서부터 수도원 캠프를 다녔다. 그래서 그 당시 나에게 부처님은 맹신과 믿음, 의지의 목적보다 나의 작은 소원들을 빌면 들어줄지도 모르는 산타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그 작은 과거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은 ‘엄마가 건강하게 해주세요.’, ‘엄마가 더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가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절을 하며 소원을 비는 것이었다. 가끔 선잠에서 깬 엄마는 “뭐해?”라고 물었지만, 늘 “아니야.”라고 말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엄마의 건강을 염원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올 때 그 무거움은 나를 한없이 슬프게 만들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알았다. 엄마는 밤마다 편의점 새벽 알바를 하러 집을 나선 거였구나. 돈을 벌기 위해. 근데 왜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몸의 병으로 모로 누워 힘겨움을 토해낸 게 아니라. 마음의 병으로 억겁의 인생을 견뎌오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서. 삶의 의지가 강한데 몸이 따라주지 못한 게 아니라. 삶의 의지가 약해서 간신히 버티고 서 있다는 걸 깨달아서였다.
정말 엄마는 사그라들고 있었다. 내가 간절히 바란다고 이루어질 수 없고, 어쩌면 나의 존재가 엄마의 생명을 더 꺼트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나의 사랑이 정말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현실. 그 사실을 깨달아서 나는 무서웠다. 그 이전보다 더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