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 번아웃인가?

by 김지니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목표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전력을 다하는 성격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번아웃 증후군을 검색하면 나오는 말이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다보면, 번아웃이 오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오는 번아웃. 다양한 직업과 상황에 놓여진 사람들이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었고, 나는 “그래 , 직장인이 다 그렇지 뭐. 내 상태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을거야. 존버만이 답이다(엄청나게 버티는 것만이 답이라는 인터넷 신조어)가 괜히 나온게 아닐거야.” 라 자위하며 또 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의문이 들었다.


입사 후 6개월가량 일하면서 나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거의 매일 출근하는 시간외에는 대부분 슬프고 무가치한 감정을 느꼈다. 초콜렛을 먹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좋아하는 술을 마셔도, 운동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흥미도 재미도 없어졌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고 술을 즐겨 마셨음에도 체중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거의 매일 하루에 2시간 이상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이 이어졌고, 그로인한 피로감이 쌓여갔다. 마지막으로 나는 , 일하면서 환자들의 죽음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도 하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정말 번아웃인 것일까? 단순히 부담감과 생각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면 나아지는 것일까?


늪에 빠져버린 사람처럼 나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들에 매달렸다. 금방 만나서 금방 이별하는 단기간 연애, 쉬는 날 숙취로 인해 침대에만 누워있을 정로도 과한 음주, 하루종일 굶다가 한끼에 성인 여성의 위장이 견디지 못하는 수준의 폭식,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심취하는 클럽 등등… 하지만 그 어떠한 것도 나의 이런 무기력증과 무감동증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는 더더욱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갔고, 점점 더 인생에 있어서 어떠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이쯤되니 나의 증상들이 번아웃 증상과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한 번아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추측과 달리 내 정신적 건강 상태에 적신호가 들어와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매일매일 환자들에게 그들의 상태 호전을 위한 약을 투여 하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자기파괴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매순간 “나를 파괴해버리고 싶다, 더 나아가서는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이겨내야 했었고 이건 확실히 번아웃으로 정의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는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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