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그리고 정신적 아편, 막수유.
글로벌 게임 시장의 잠룡들
차이나조이는 중국의 게임 쇼 중 하나입니다. 개최 도시는 상하이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면 이 쇼에 참가하는 것은 절대적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부산광역시에서 열리는 게임 쇼인 지스타(G-STAR)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2023년 차이나조이에서는 B2C '신작'의 출품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고, 작은 개발사들이 투자를 받기 위한 B2B관에 인디 게임조차 극소수만 출품하였습니다.
2020년을 중심으로 중국 게임들의 개발력과 파급력은 어마무시했습니다. '도탑전기', 'AFK 아레나', '라이즈 오브 킹덤즈', '디스라이트' 등을 개발한 '릴리스 게임즈'는 모든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모방할 정도로 게임의 틀을 완성시키고 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붕괴 3rd',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 2020년도에는 'miHoYo' '주식회사 호요버스'의 시대였습니다. 한국 모바일 개발사는 간신히 릴리스 게임을 카피해서 조금씩 다른 향을 첨가했는데, 다른 과금 정책과 마치 과거 '블리자드' 개발사와 대등한 수준의 방대한 세계관과 컨텐츠의 업데이트 속도에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따라 했다는 비웃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세기화통'이란 회사의 자회사 중 하나인 '센추리 게임즈'는 중국의 글로벌판 '넷마블'로 실제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을 보면 당황스럽습니다. 이렇게 잘 만들고 재밌는 게임들이 한국에는 전혀 유명하지 않은 것이죠. 설치도 가능하고 한국어로 번역도 되어 있지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글로벌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한국 시장은 관리하기 귀찮은 시장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라 어림짐작해 봅니다.
대한민국이 IT산업을 선도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굉장히 잘 만든다고요? 그러나 국내에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한국 내 친구들에게 입소문 난 게임만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우물 안의 개구리입니다. 글로벌에서 서비스하면서 정말 짜임새 있는, 재미있거나, 설계가 독특하거나, 강한 매출액을 만드는 것에 한국 게임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전혀 이름도 못 들어본 게임이 몇 년이나 서비스를 진행한 것을 직접 체험했을 때의 충격은 너무나 큽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 게임즈에서 퍼블리싱한 '우마무스메'도 일본에서 이미 1년 먼저 출시하였으나, 국내 마이너한 팬층 말고는 그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게이머들이 많았으며 출시 전까지만 해도 '모에화' 요소에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2021년도 4월에 출시한 '파이널기어'는 메카+미소녀 작품으로 소녀가 탄 로봇의 부품을 장비를 교체하듯 바꿔끼며 전투를 진행합니다. 당시 국내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3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파이널기어'도 역시 중국에서는 '중장전희'라는 이름으로 2년 전인 2019년 7월에 출시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더라도 각 나라를 휩쓴 게임들은 실제 한국에 로컬라이징화해서 상륙하지 않는 이상 한국 게이머들도 잘 모릅니다. 전세계에는 '잠룡'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이죠.
AFK 아레나의 한계, 그 이상을 기대하며
도탑전기 이후 수집형 게임의 새로운 메카닉을 제시한 게임이 어째서 그렇게 큰 수요 감소를 겪게 된 것일까요? 2020년에 등장한 릴리스 게임즈의 'AFK 아레나'는 현대 게임 시장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 게임은 단순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많은 인디 게임이나 중견 게임 회사들이 시도하였던 오프라인 보상 시스템을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구현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일상생활 중에도 게임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클라이언트 내에 하드코딩된 전투 스킬 및 캐릭터의 위치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전투 결과는 덱의 구성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위치 선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인디 게임에서 시도되던 오프라인 보상 시스템은 마치 자동차의 중앙부에 위치한 '센터패시아'를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으로 마개조하는 느낌으로 좋지만 어설픈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AFK 아레나'는 '카플레이'처럼 선 또는 블루투스로 자동차에 깔끔하게 연결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고자 하는 개발팀의 노력과 열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밸런스 또한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목표 스테이지 전투력이 내 전투력보다 2.5배 내라면 캐릭터의 위치나 스킬의 확률에 따라 승리가 가능했습니다. 이는 게임 내에서 전투력이라는 지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암시하는 부분이었고, 이러한 밸런스 조절은 플레이어에게 게임의 깊이와 전략성을 느끼게 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게임들이 전투력이라는 수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AFK 아레나'처럼 해당 수치에 대한 신뢰감을 이렇게 높게 만들어준 게임은 드물었습니다. 그만큼 해당 게임의 밸런스는 타 게임들과 비교하여도 뛰어난 편이었고, 이로 인해 전투력이라는 지표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캐릭터의 등급 구분은 굉장히 독특하게 제작되었습니다. 그 시스템은 대학교 학점 시스템을 연상케 하는데, 바로 중간 단계에 +등급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등급과 그다음의 +등급은 차례로 진행되었고, 각 등급마다 필요한 재료와 조건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 더욱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했습니다.
'도탑전기' 게임 이후 'AFK 아레나'는 전 세계 게임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 영향력은 마치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마리나베이샌즈가 빌딩 옥상에 수영장을 설치한 것처럼 강력했습니다.
이 게임이 선보인 오프라인 보상 시스템은 다른 게임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여러 게임들이 이를 참고하여 홈 화면에 자동 전투와 오프라인 보상 기능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아파트들이 마리나베이샌즈처럼 옥상에 수영장을 설치하려는 것과 비슷한,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은 여름만 수영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므로, 다른 계절에는 수영장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게임 트렌드를 따라하기 위해 강제로 도입된 오프라인 보상 시스템은 많은 게임들에게 실패를 가져다주었습니다.
AFK아레나가 초기의 트렌드를 유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게임에 투자한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게임의 재미에 빠져 공략 글을 찾아보며 열정적으로 매달 40~50만 원을 과금하는 등 게임에 투자하였습니다.
그러나 라이브 서비스가 시작된 지 4개월 후, 일명 '소액 과금 유저'로 불리는 사람들이 게임 접속량이 줄었습니다. 이러한 유저들은 주로 배틀패스 구입이나 코스튬 같은 것들에 10~15만 원 정도를 투자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이나 길드 멤버들이 게임을 접속하지 않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죠.
뒤이어 저와 같은 중과금 유저들, 그리고 매달 수백만 원을 게임에 투자하는 플레이어들마저도 게임을 접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차례대로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게임의 지속 가능성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캐릭터의 등급은 레어, 에픽, 유니크, 레전드, 신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 구조의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캐릭터 등급 상승을 위한 조합 재료에 입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등급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재료나 조건을 충족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AFK아레나에서는 캐릭터 등급 상승 시스템이 굉장히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예로 들면, 대학교의 학점 시스템에서 +가 붙는 등급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니크+라는 등급에서 다음 단계인 레전드 등급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같은 종족의 유니크+ 캐릭터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는 기존에 투자한 모든 노력과 자금, 그리고 운의 요소까지 합쳐서 레전드+ 캐릭터를 획득하더라도, 그 다음 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또 다시 같은 동일한 에픽+ 2장 캐릭터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리니지의 집행검 제작 시스템 내에 속할 수 있는, 인챈트 시스템 단계로 정직하지만 악랄합니다. 인챈트 시스템은 주문서만 준비되면 어느 정도 확률에 따라 도박적인 요소로 진행될 수 있는 반면, 같은 유니크+ 정가제에서는 플레이어가 그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한 모든 자원을 미리 확보하고 자금 운영을 계획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되며, 이는 결국 게임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면, 소나타를 고급형 그랜져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했더니 또 다른 소나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형 소나타를 구매하기 위해 3천만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합시다. 이런 비용을 들여 차량을 얻었는데, 그 차량을 더 높은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또다시 같은 가격의 소나타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행위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은 한 두 번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실망스러울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단 한캐릭터에 멈추지 않습니다. 한 파티를 구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위 PVP 랭크를 위해서는 세 개의 다른 파티 구성이 요구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한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량의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한 투자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게임 내에서 스펙의 상승효과는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들의 동기부여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게임의 스토리던전 시스템이 이전 스테이지를 반복 플레이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면, 유저들은 새로운 경험을 얻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한 게임 개발자들은 다양한 캐릭터를 추가하여 게임의 다양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라이브 서비스에서 유저들의 공포를 제어하지 못해 명성을 이어나가지 못했습니다.
리드미컬한 템포를 가진 게임
'세기화통'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차량부품 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2010년대 중반부터 게임 업체들을 인수했고 현재 샨다게임즈, FunPlus, CMGE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제가 재직했던 '센추리 게임즈 코리아'는 '세기화통'의 자회사들 중 하나입니다. 이 회사는 '넷마블'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넷마블'은 자계열사들이 대부분 한국 회사들로 한 지역에 뭉쳐있지만, '세기화통'은 '센추리 게임즈'라는 영문명으로 전 세계에 계열사를 배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2년 중반에 '센추리게임즈 코리아'에 재직 중일 때, 개발하고 있는 게임의 호흡 리듬을 조절하기 위하여 '센추리게임즈'에서 출시한 '아이들마피아'라는 게임을 역분석하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에 대한 분석의 동기는 여러 가지였습니다만, 개발 중인 게임을 다음 개발 단계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센추리게임즈' CQ의 승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므로 '센추리게임즈'에서 출시하고 매출이 잘 나오고 있는 '아이들마피아'의 리듬을 참조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게임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습니다.
한국 내에서 이 게임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게임 내에서는 한국어 번역이 제공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특별한 마케팅 활동이나 프로모션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이들마피아'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와 매출을 기록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 집중적인 투자나 홍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 게임의 독특한 매력과 전략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중국의 게임 시장은 과거에는 한국 게임 산업을 크게 동경하며 배워야 할 모델로 여겼습니다. 한국의 게임 개발 능력과 마케팅 전략 등 여러 부분에서 선행하는 모습을 주목하며, 한국 시장의 트렌드와 방향성을 참조하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 게임 시장의 규모와 성장세는 엄청나게 커졌고, 그에 따른 자신감 또한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 내에서 한국을 테스트 시장처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 대만 시장을 통해 게임의 사전 트렌드나 반응을 체크하고, 그에 따라 본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대만에서 인기를 끈 게임이 한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한국 게임사들은 대만 퍼블리셔와 협업해 게임을 출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중국 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이 한국 시장에 출시될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 중국의 게임은 한국의 배급사를 통해 이름을 바꾸거나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한국어로 번역된 후 출시됩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상황은 중국 게임 업계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도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의 게임 산업은 여전히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파트너로 남아있습니다.
한국의 앱마켓을 살펴보면, 게임의 플레이 흐름에 아쉬움을 느끼는 작품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 유저를 주 타겟으로 삼아 귀여운 테마나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가진 게임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게임들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게임의 시작 부분이 지나치게 느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초기 10분 동안의 플레이 템포가 늦어, 유저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의 초반 플레이 경로나 동선을 구성하는 방식은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의 콘셉트를 기획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서로의 능력치나 점수를 비교하는 상위 레벨의 밸런싱이 아니라, 유저가 게임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즉, 게임 안의 세계에 깊게 빠져들게 하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종료하는 주된 원인은 게임의 구조나 시스템 자체가 재미없다기보다, 그 안의 수치 밸런싱이나 경험의 전체적인 흐름이 유저의 기대와 맞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일한 게임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서의 수치 밸런싱이나 진행 속도에 따라 유저는 게임 내 세계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도, 아니면 금방 그 세계에서 벗어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센추리게임즈의 '아이들마피아'는 중반까지 대부분 챕터의 클리어 타임이 거의 비슷합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마피아 보스로서 지역의 일정 금액을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게임의 템포는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금액의 단위만 달라지고 초반의 호쾌한 플레이 느낌이 계속 유지됩니다. 나중에 3~4일 차가 되면 게임에 허들이 생기고, 하고 싶지 않아도 내가 사용한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소액을 사용해 과금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르게 됩니다.
해당 사항을 간과한 아트만 예쁘고 밸런스 기획이 부실한 게임은 수치 밸런스라는 함정에 빠져 유저들의 텐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목표량이 높아지더라도 수급되는 수치의 양은 크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아이들마피아는 1K를 100K로 만드는 데 60초가 걸렸다면, 박자를 쪼개지 않고 총량의 느낌과 감각이 유지되도록 곧바로 열리는 건물이나 다음 챕터에서도 2T씩 획득하거나 1K가 틱 단위로 들어와 200T까지 60초가 걸리게끔 디자인됩니다.
하지만 잘못된 타이쿤 게임은 튜토리얼에서 100을 만드는 데 15초가 걸리고, 다음 튜토리얼에서는 30초, 챕터를 넘기면서는 2~3분씩 소요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게임의 세계에서 내가 녹아들기 전에 시간이라는 장벽이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유저는 이미 어느 정도 허들이 걸리는 챕터 스테이지가 왔을 때,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2시간 등을 대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이후의 상황에서는 건물 생산이나 증축 시간의 폭이 너무나 커져서 감당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아이들마피아도, 유명한 한국의 쿠키런킹덤도, 라이즈오브킹덤도 건설시간이 30일을 넘어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몇 달에 한번 있는 건물 증축 상한이 한 번씩 생길 뿐이거든요. 또한, 이미 상위권 경쟁을 하기 시작한 유저들이라 건설 시간 단축권은 돈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가장 중요한 초반의 호쾌함을 만드는 방법을 우리는 성공한 게임에서 객관적으로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도 너무 몰입되고 뜨거워져서 그런 과정이 있었는지도 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대 악비와 한신, 중국에서 탄생한 게임 트렌드
중국에서도 거대한 게임 쇼 중 하나인 차이나조이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신작 게임 숫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신은 중국의 고대 왕조인 한나라의 명장으로, 당대 군사적 상식을 파격적으로 뒤집고 연전연승한 중국사 최강의 천재 병법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전략적 지능과 용감함으로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어냈으며, 특히 초기 한나라의 세력 확장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한신은 초기에는 비천한 신분에서 시작하여, 그의 뛰어난 군사적 재능을 신임 받아 장군으로 승진하고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권력 투쟁과 정치적 기나긴 게임에 끌려들어 궁극적으로는 처형되는 비운의 운명을 맞게 되었습니다. 소하가 유방에게 한신을 천거할 때에는 '국사무쌍'이라는 표현을 받았으며, '다다익선', '암도진창'이란 말도 만들었습니다. 병법 최악의 수이자 금기인 배수진을 성공시켜 이를 전략전 전술 또는 결사적 각오라는 의미로 재탄생시키기도 하였으며, 항우와의 결전에서 '사면초가'라는 말이 나오게 하였습니다. 특히 한신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토사구팽'이란 고사성어가 널리 퍼졌습니다.
악비는 중국 북송 말기부터 남송 초기의 명장으로 중국의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순신'급 명장으로 칭송받는 인물입니다. 국가를 지키려다가 마지막에는 간신의 억울한 모함으로 죽었습니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감옥에서 살해당하였을 때 악비의 전우인 한세충이 악비의 죄상을 묻자, 진회는 '아마 있을지도 모르오'라는 '막수유'라는 궁색한 대답을 했고, 이에 기가 막힌 한세충은 '고작 그 세 글자로 천하가 납득하겠소이까?!'라며 한탄했다고 합니다.
게임으로 인한 거대한 매출을 뒤로하고, 중국은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비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텐센트', '넷이즈', 'X.D. 네트워크', '미호요' 등 중국 주요 게임기업들은 규정이 발표된 당일, 정부 방침을 준수하겠다고 일제히 발표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중국 게임 산업은 2018년을 기점으로 게임 서비스 허가권을 지칭하는 '판호' 발급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하여 연 평균 7~8천 건 발급되던 판호가 2018년에는 2064건, 2020년에는 97개, 2021년에는 76개, 2022년에는 44개로 과도하게 급감하였습니다.
또한 2021년 8월부터는 청소년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평일에는 게임 접속이 차단되며, 금~일요일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에만 1시간씩 허용시켰습니다. 이러한 강도 높은 수준은 전세계적으로 봐도 이례적입니다.
결국 중국 게임 산업은 발목을 잡혔습니다. 자국의 불확실성 높은 규제 리스크로 인하여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었습니다. 판호 발급 중단으로 게임 시장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었으며, 결국 여러 면에서 감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저 역시도 센추리게임즈에 속해있었으나, 시장이 얼어붙은 2022년에 '센추리 게임즈 코리아' 자체가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개발사들이 전세계적으로 감원을 한 것이었습니다.
중국 게임의 해외 시장 진출 초기, 개발 비용 및 기간이 비교적 적은 모바일 게임을 내세워 해외 틈새시장을 노리려던 중소기업이 주류였고, 이들이 강한 매출을 만들어 내며 대기업이 되었으나, 중국의 강력한 규제에 의해 마치 한신과 악비처럼 '토사구팽'되어 현재 2023년 차이나조이에는 신작들이 거의 출품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산업 생태계 붕괴가 눈 앞에 다가오자 중국국가신문출판서는 2023년 4월 21일 86개 게임에 대한 판호 승인 목록을 공개했습니다. 중국 게임산업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2022년 2695억 위안(약 50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줄었고, 20여 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2197억 5800만 달러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7.6%, 미국 22%, 중국 20%, 일본 10%에 뒤져있습니다. 중국 게임은 '따라만들기 급급하다'는 한국 게이머들의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꽤나 멋지고 흥미로운 설계법을 전세계에 제시하며 트렌드를 이끌었으며 군사적 상식을 파격적으로 뒤집고 연전연승한 한신처럼, '이순신'급 명장으로 칭송받은 악비처럼 자국이 알아주지 않는 비운의 운명을 지켜보며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