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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Aug 30. 2023

동물의 숲과 데스스트랜딩: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서

방출된 주민들의 감성 연결과 데스스트랜딩의 사례


Microsoft Bing Image Creator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인기주민

 

 일본 게임에서는 특별한 '비동기 네트워크 감성'을 많이 활용하는데, 그중에서도 2020년도에 동물의 숲이 한국을 강타한 사례는 그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 게임의 특성과 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점의 유저 시장의 상황과 게임 내의 독특한 메커니즘을 함께 파악해야 합니다.

한 유저는 “섬을 꾸미고, 동물들과 대화하며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 주민들을 거래하는 것 자체에도 큰 재미를 느낀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동물의 숲에서는 게임 내에 절대적인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아,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 세계를 창조하며 풍부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게 됩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는 동물 주민들을 데려올 수 있는 독특한 흐름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매일의 과제와 업적을 통해 마일리지 티켓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마일리지 티켓을 사용하여 특별한 마일리지 섬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 섬에서는 랜덤으로 한 명의 동물 주민이 기다리고 있고,

그 주민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섬에 그들을 초대하게 됩니다.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 '마일리지 섬에서 기다리는 신규 동물 주민' / 온라인 커뮤니티


많은 유저들은 미모의 동물 주민들을 섬에 초대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낍니다. 각 동물 주민에는 고유의 성격이 있습니다. 이 성격은 그들의 행동과 말투를 결정하게 되는데, 유저들은 섬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성격 중복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예쁜 동물만 모으는 것이 아닌, 다양한 성격과 종족을 고려한 주민 구성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토론되었으며, 네이버 카페나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유저들이 자신의 주민 배치나 섬의 모습을 자랑하는 것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의 집' 사이트에서의 인테리어나 가구 배치를 보며 따라 하고 싶은 마음과 유사한 감정을 일으킵니다.

특별히, 새로 업데이트된 '잭슨'이나 전작에서부터 인기를 끌었던 '쭈니' 같은 주민들은 한국 유저들의 '평균을 원하는' 특성 때문에 굉장히 높은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런 주민들을 얻기 위한 노력이나 이야기는 많은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그것이 동물의 숲의 큰 매력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 '좌 쭈니, 우 잭슨' / 온라인 커뮤니티


동물의 숲의 주민들에게는 각기 고유한 매력이 있어, 유저들 사이에서는 그들을 평가하고 랭크를 매기는 비공식적인 체계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주민 중에서도 각별한 인기를 끄는 캐릭터들에게는 'S랭크'라는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죠.

이러한 S랭크 주민들은 그들의 인기도에 비례하여 '마일리지 티켓'을 비롯해 실제 현금으로까지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게임 내부에선 이렇게 특정 주민을 직접 거래하거나 원하는 주민을 선택하는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임 개발사의 의도는 플레이어가 주민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감성적인 경험을 즐기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평균 이상의 결과를 추구하는 한국 유저들에게 이런 시스템은 조금은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유저들에게 강한 결핍감을 주었고, 결국 '어떻게든 원하는 주민을 얻겠다'는 강력한 욕구로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잭슨'이라는 주민은 당시에 마일리지 티켓 1000장, 또는 현금으로 5~10만 원의 가치를 가졌었습니다. 그렇기에, 가족 중에서 이 주민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게임에 익숙한 남편이나 아빠는 이런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게임 경험이 풍부한 남성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나 큰 열정이 발휘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일리지 1000장이면 이론상 하루 종일 게임 내의 마일리지 섬을 방문하며 원하는 주민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처리 속도의 한계로 인해, 주민 한 명을 확인하는데 2~3분씩 소요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000장의 마일리지 티켓을 모두 사용하려면 1000분에서 3000분, 즉 수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원하는 주민을 만나지 못한다면, 유저의 실망감은 극도로 커지게 되죠. 더욱이, 시장에는 이런 주민의 값이 형성되긴 했지만, 실제로 판매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동물의 숲에서 특정 주민, 예를 들면 '잭슨'과 같은 주민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행운이었습니다. 유저들은 자신의 섬에 그런 주민들을 마치 귀중한 컬렉션 아이템처럼 놓고 그 가치를 누립니다. 단순한 장식품처럼, 그 주민을 한번 보유하게 되면 게임 상에서 그 주민의 복제본이 다른 섬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도 '같은 세계에 두 명의 같은 주민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잭슨' 같은 인기 주민을 원하면 이미 그 주민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유저로부터 얻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동물의 숲의 특이한 메커니즘이 문제가 됩니다. 주민을 다른 유저에게 양도할 때, 그 주민이 이전 주인에게 받은 선물이나 말버릇 등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중고 주민', 즉 이전 주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주민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유저들은 게임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주민을 거래하게 됩니다. 잭슨과 같은 인기 주민의 외관을 가진, 그러나 그 안의 특성이나 스타일이 다른 '가짜 잭슨'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죠.

저는 게임 기획자로서,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행위의 비효율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주도에서 자연산 돔을 잡는 듯한 그 과정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저는 직접 마일리지 섬을 방문하여 S랭크 주민들을 찾아 유저들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당시 제가 올린 글의 제목은 "마일리지 1000장으로 자연산 잭슨 팝니다."였습니다.

현재의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의 온도 시스템처럼, 저는 정말 품위 있는 유저들만을 대상으로 잭슨을 판매했습니다. 그 후에도 1000장의 마일리지를 모아두고, 퇴근한 뒤 음악을 들으며, 영화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주민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 주민을 거래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했습니다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 '시간이 흘러 무작위 주민 한 명이 떠나려 한다.' /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 시스템의 클라이언트 시간을 조작하여 미래로 설정한다.

주민 중 누군가가 섬을 떠날 의사를 표현하게 한다.

'잭슨'이 섬을 떠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구매자의 섬에 빈 자리가 있어야 하며, 구매자는 판매자의 섬에 방문해 직접 잭슨에게 말을 걸어 거래를 진행한다.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 '다른 유저의 마을에서 우리 섬에 오기를 제안한다.' / 온라인 커뮤니티


이 과정은 단순한 '선택 - 수락 - 확인'의 흐름이 아니었기에 복잡했죠.

이런 복잡한 과정 중에서도, 종종 기대에 못 미치는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은 일정 시간 동안 섬에 둔 뒤 다시 거래하거나, 필요에 따라 방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는 게임 기획자로써 이 게임 내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동시에 놀라운 상황과 경험들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그려준 4컷 만화


감성과 기술의 미묘한 결합


 게임 세계의 깊이는 그 안의 콘텐츠만큼이나 감정적인 연결에서 비롯됩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동물의 숲'은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이었습니다. 제가 겪은 경험 중 일부를 나누려고 합니다. 먼저, 제가 가족, 친구, 그리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동물의 숲에서 보낸 순간들은 정말로 특별했습니다. 공식 콘텐츠인 낚시 대회나 벌레 채집 대회는 물론, 서로의 섬에서 패션쇼를 주최하거나 수확물을 교환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동료가 그의 섬에 새로운 주민이 오게 됐다며 그 사실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주민의 이름을 들었을 때, 저는 그 주민의 못생긴 특징과 성격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생각은 그 주민의 낮은 거래 가치였죠. 하지만 저는 그 동료의 감정을 고려하여 축하의 의미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그 응답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 주민은 당신의 섬에서 왔다는 말을 했어요." 그 주민은 이미 제 섬에서 방출된 지 오래된 주민이었습니다. 그렇게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네트워크 상의 오류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겪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경험입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디테일을 게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기획력을 필요로 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항상 최고의 전략을 찾아 플레이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특별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놀랍습니다. 그래서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동이나 감정적인 연결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본 게임 개발자들의 섬세한 감정 설계와 디테일에 다시 한번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데스 스트랜딩' / 온라인 커뮤니티


데스스트랜딩은 그 자체로 감성과 기술의 미묘한 결합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게임 내에서의 감성적인 기획 능력은 일본의 디자인 철학이 깊숙이 담겨 있음을 암시하며, 동시에 현대의 네트워킹 기술과의 조화로 인해 독특한 게임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게임에서는 고도로 발전된 서버 기술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 대신 플레이어들 간의 비동기 네트워크 플레이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이동 수단을 구축하고, 이를 다른 플레이어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서버 상에서 대략 10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들 플레이어가 설치한 아이템의 위치 정보는 모든 세션에서 공유됩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동시다발적인 플레이를 어렵게 만드는 제약 사항들 때문에 도입하게 된 것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그 제약이 생성하는 상호 작용이나 다른 플레이어와의 연결감은 더욱 깊어집니다. 실제로 다른 플레이어가 자신이 설치한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의 그 쾌감, 또는 그 아이템에 '좋아요'를 받았을 때의 뿌듯함은 마치 실시간으로 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동물의 숲에서의 경험도 이와 유사합니다. 두 게임 모두 비동기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플레이어 간의 상호 작용을 깊게 연구하고 구현하여, 각자의 세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의 게임 산업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한국은 지난 15년간 큰 규모의 실시간 네트워크, 예를 들면 1000 vs 1000의 공성전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하드웨어의 한계로 인해 서버 기술 자체는 크게 발전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플레이어의 감정과 연결될 수 있는 감성적인 기획 능력을 꾸준히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게임 디자인 철학은 기술의 한계를 단순한 제약으로 보지 않고,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창의적인 접근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게임은 단순한 기술의 집합이 아닙니다. 그것은 플레이어의 감정, 경험, 그리고 상호작용의 집합이며, 이러한 감정을 깊게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두 게임 모두가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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