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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Feb 04. 2022

약사도 아프다 8 - 구석구석 고장중

이제 어디까지 고장날 것인가

최근 치과 검진을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십수년 전에 했던 레진 치료 부분이 깨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십여년 전에 한 레진도 깨져서 전부 새로 해야 하는 상황. 참 난감하다. 전부 다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나 고통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치과 치료는 빠르면 빠를 수록 돈 아끼는 길이다. 치료 방향이나 방법이 나 역시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막하다. 치료 받는 동안에 분명 잇몸이나 해당 부분이 붓고 정신없을 건 자명하니까. 심지어 치과 치료할 때마다 하는 마취약 역시 한번 깰때마다 고생을 하는 터라 겁부터 덜컥 드든다. 


치과 치료를 결정하고 거의 한달 가까이 치과를 다니게 되었다. 나름 관리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깨진 치아 레진이라니! 친구는 아무리 치료 잘 하고 관리해도 언젠가 다 깨지고 새로 해야 하는 것 같다며, 그냥 인정하고 관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날 토닥인다. 


처음 치료는 쉬운 것부터 하자고 했다. 가벼운 마취를 하고, 진행하는 치료는 약 40분 정도 걸렸나 보다. 그 정도는 버틸만 했다. 마취도 생각보다 금방 풀렸고. 신경치료할 정도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끝나는 것 같다. 


그 다음 치료는 좀 대공사였다. 진료 들어가기 전에 치과의사랑 이야기를 했다. 우선 해당 부분 치아를 한번에 다 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무리가 된다고 판단되면, 중단하고 다음번 치료 일정을 잡기로 했다. 그리고 마취를 했다. 마취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터라 약의 용량을 많이 쓰지 못하기에 어차피 치료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래도 한번 가 보기로 했다. 


약 1시간 정도의 치료 시간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통증도 거의 없었고, 중간에 살짝 시린 느낌 이외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마취가 풀린다...아.... 치아가 시리기 시작하는데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마취약 추가 투여를 요청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시린 느낌이 사로잡았으니까. 


마취약을 추가 투여한 것이 독이 된 걸까. 입술까지 느낌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잇몸이 붓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통증은 사라졌지만... 이건 심각하게 느껴졌다. 너무 무리했나? 


결국 두 번째 치과 치료는 약 2시간 30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내 잇몸은 그냥 봐도 퉁퉁 부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입술과 잇몸의 느낌이 없었다. 얼얼한 상태로 말하기도 버거운. 아! 몰아서 치료하겠다고 한 내가 문제였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날은 더 이상 그 어떤 식사도 할 수 없었고, 밤에 구토 증상을 느껴서 자다 깨기를 수 차례 반복하고야 말았다. 사서 고생이지. 마취 풀리는데 약 6시간이 걸렸고, 부어있는 잇몸이 가라앉는데는 1박 2일이 걸렸다. 그나마 신경치료 할 수준이 아닌 치아 상태가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 신경치료 하자고 하면 진짜 죽고 싶을 것 같다. 


그냥 나이 먹으면서 고장이 나고 있나 보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몸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눈에 다래끼 비슷한게 생긴 것 같다. 육안으로 심각해 보이진 않지만, 손을 써야 할 것 같은. 급한대로 배농산급탕을 복용하고 결막염에 쓰는 안약을 넣는다. 그리고 푹 자는 것이 최선이겠지. 이 참에 디톡스나 해야 하는 걸까? 황련해독탕이 더 어울리려나? 


   



세월의 힘을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기고 싶다. 더 젊어지고 싶고, 주름이 생기는 것을 막아보고 싶다. 내가 나이 먹는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다. 그런데 여기저기 몸에서 비명을 지른다. 이제 더 이상 20대 팔팔한 청춘이 아니라고 그런다. 받아들여야 하는데, 마음이 못 받아들이네. 


건강만이라도 세월을 거슬러보고 싶은데, 어렵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쳐 쓰는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관리하는 것 밖에 없지 않은가. 이미 쏘아버린 화살의 시간, 그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오늘 하루는 살아야 함을, 그리고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내 몸을 돌아보며 절실하게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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