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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학군에서 자란 엄마가 자녀교육서 100권 읽는 이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같이 읽어요.

2023년, 드디어 우리 집 1호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만큼 엄마인 나의 무게감도 덩달아 커졌다.


목동학군에서 쭉 자라고 살아왔다. 학창 시절에는 그곳에서는 사는 게 다 고만고만해 보였다. 사회에 나와보니 그게 뭐라고? 다들 목동에서 살았다고 하면 "오~목동~"이런 우스개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공부만이 답이 아니며, 그곳에 산다고 모든 아이들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꼭 학군지가 아니더라도 내 또래의 부모들은 다들 알 것이다. 엄마, 아빠가 힘들게 갈아 넣은 그 비싼 사교육들이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직접 경험 때문인지 1호가 미취학일 때부터 아이에게 어떤 교육도 시키지 않았다. 다만 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영유아를 위한 혹 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300만 원이 넘는 프뢰벨 전집과 잉글리시에그, 짐보리부터 방문미술까지 엄마들이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안 시키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다.


많은 유혹들을 물리치고자 그때마다 자녀교육서를 읽었고, 아이 대신 내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직업상담사 2급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부동산 공부를 위해 나이 많은 언니들 임장모임에 따라다녔다.


목동을 떠나 이사를 왔을 때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었다. 기본 월 150만 원인 영어유치원, 월 70만 원이 넘는 학습 유치원 그 외에 다양한 학습지와 사교육들...


자녀교육서를 읽으며 다시 한번 사교육의 유혹들을 물리쳤다.



그런데 이제 1호가 학교를 간다고? 초등학생부터는 사교육을 시켜야 따라가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사교육을 알아보다 보니 정작 나의 교육 가치관이나 방향이 뚜렷하게 정해진 게 없었다. 아는 것이 없으니 어디 학원을 보내야 하지? 에서 왜 학원을 보내야 하지?라는 물음으로 바뀌었다. 답을 찾기 위해 습관처럼 다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녀교육서 100권을 목표로 현재까지 50권을 읽었다. 새해 다짐을 위해 읽었던 김병완 저자의 48분 기적의 독서법이 트리거가 되었다. <48분 기적의 독서법>은 내용이 아주 심플한데 오전과 오후에 48분만 시간을 확보하여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3년 내 1000권 독서를 하면 자연스럽게 삶이 바뀐다는 것이었다.


가장 관심 있는 아이 교육을 위해 자녀교육서를 100권 먼저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이 확실하게 정해지기 전까지 아이의 사교육은 모두 보류시켰다.​


자녀교육서 50권을 읽었더니?

아직 100권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50권을 읽고 나니 사교육은 아직까지는 필요 없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미취학 때 보내지 않은 영어유치원과 비싼 학습 유치원에 보내지 않은 것도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있던 학습지마저도 필요가 없다는 게 느껴지면서 최근 국어 학습지도 끊었다. 모호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던 나의 생각들이 책을 읽고 확고해지며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엄마들이 누가 뭐 한데~누가 뭘 잘한데~ 다들 이거 한다더라? 하는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게 된 데에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자녀교육서 20권 정도 읽었을 때는 슬럼프가 오기도 했고, 그냥 학원을 보낼까? 정말 나 혼자 이래도 되나?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했기 때문이다. (슬럼프 관련해서는 나중에 더 기록해 보기로 ㅎㅎ)



그 시기를 지나고 40권이 넘어갈 즈음에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고,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도 순항하기 시작했다.


요즘 나의 생활은 아이가 학교 갔다 오면 도서관에 가고, 학교 숙제를 시키고, 책을 읽히고의 연속이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아이가 놀게 내버려 둔다.


사교육은 그렇다고 치고


AI시대에, 우리와는 또 다른 시대에 살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할지 자녀교육서 50권을 더 읽고 나면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얼마 전 삐뽀삐뽀 119 책을 쓴 소아과원장 하정훈 원장님이 유튜브로 접하는 단편적 지식으로 만들어진 정보로 아이를 키우면 더 힘들어진다는 말을 접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유튜브는 전체 맥락보다 어느 한 꼭지만 가져와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같이 읽어요


같이 책 읽는 엄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주변에 꾸준히 읽는 부모들을 만나서 서로 좋은 책들은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녀교육서는 특히나 꾸준히 많이 읽어야 한다. 아이 키우는데 정답은 없기 때문에 각자 적용법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이 사람 말, 저 사람 말이 다 다르다.


하지만 많이 읽다 보면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방법은 분명히 있다. 거기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적용해 보며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맞춤형 학원이라도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아이를 맞춰주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나서야 한다. 학원을 어디로 보낼지 정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나서서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잘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걸음은 자녀교육서 읽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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