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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Jan 10. 2023

너와 백화점가기 두려운 이유

나무와 돌같은 엄마가 되어야 해

 지난 주말, 서진이와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서진이는 "엄마 우리 마트가자" 라고 노래를 불렀다. 아이의 마트가자의 다른말은 "장난감 사줘"이기때문에 나는 그 말이 늘 달갑지 않다.


 결혼식장에서 빠져나오며 서진이는 마트언제가를 연발했고, 나는 카페를 들렀다가 간다고 설득했다. 워낙 이른 예식시간때문에 카페를 들렀다 나와도 시간은 두시가 안됐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더디게 흐릴 시간이 두려워 같이 간 친구네와 근처 백화점으로 향했다.

 서진이는 백화점이라는 말에 신이 난 모양이었다. 뒷자석에서 발을 동동구르며 들뜬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장난감가게는 어딨어? 나 구경만할거야."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릴한다. 나는 "장난감 절대 안사줄거야 구경만해"라고 단언하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없다.


 거진 두달만에 간 백화점에서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아이는 "장난감가게 몇층이야?"를 연발한다. 보챔이 심한 탓에 나는 장난감이 있는 4층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들어가기전 신신당부한다."진짜 구경만해야돼" 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리저리 매의 눈으로 살핀다. 그러다 어느 한 장난감에서 시선이 멎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점박이2 한반도의 공룡 피규어"

 두려운 순간이 왔음을 직감했다. 나를 향해 애처롭게 보내는 서진이의 눈빛. 나는 서진이의 입에서 제발 그말만은 떨어지지 않기를 바랬다. 뜸들이던 서진이의 집에선 결국

"엄마 이거 사줘"

 그 순간,백화점안에선 하늘을 볼 수 없는데,천장이 노랬다. 나는 재빨리 가격을 스캔했다.

"29000원" 작은 피규어 두개 치곤 비싼 가격이다.

 이미 집에는 공룡피규어들이 차고 넘친다. 아이는 늘 장난감가게에 오면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그 순간 무언가를 산다는 쾌락을 즐기고 싶어한다. 하나라도 사가야 성에 찬다. 거절하는 순간 온갖 짜증과 떼부림이 폭포수처럼 터져나온다. 나는 아이가 사달라는 것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편이라 늘 이상황이 어렵다. 혼자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달까..

 아무리 거절못하는 엄마지만,이미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룡피규어만 2개를 샀기에 이번에는 절대 사줄수 없다고 마음 속으로 못박는다. 어떻게 이순간을 모면할까?

 마침 쿠팡으로 찾아보니 같은 제품이 12000원이나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아 이거다"

 서진이에게 재빨리 그 화면을 보여주며

"엄마가 지금 쿠팡으로 시킬게, 낼이면 올거야"

라고 위기의 순간을 모면했다. 서진이는 입술을 뾰로통내밀며 "지금 갖고 싶은데"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엄마가 지금 돈을 안벌어서 어쩔수 없다는 아이의 귀에도 닿지 않을 소리를 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가는 내내 아이는 "점박이 언제와? 내일와? 빨리오면 좋겠다"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끄응했다. 실은 주문을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계속 둘러댈 수는 없기에 집에와서 솔직히 말했다.


 "서진아 갖고 싶다고 다 가질수는 없어, 집에 이렇게 많은 공룡들이 있잖아, 새로운 공룡을 또 가져오면 이 공룡들이 버려질테고 또 슬퍼할거야, 그리고 서진이 돈 모아서 진짜 갖고 싶은 멋진 공룡사자"


 그럴듯한 말이지만 역시나 아이에게 이말이 통할리 없었다. 배신감에 아이는 떼부림을 시전했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에 넘어가게 되면 앞으로 수없이 마주할 "이거 사줘"에 굴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실컷 울어도 굳건히 변하지 않는 내 모습에 서진이는 지쳐서 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사지 않겠다는 대답을 겨우 얻어냈다.

 나는 호흡을 고르고

 "서진아 장난감 안사겠다고 해줘서 고마워, 특별한 날에 정말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사줄게"


 서진이는 그제서야 그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이가 울때 쿠팡의 구매하기 빨간 버튼에서 엄지손가락이 수차례 방황했다. '그깟 17000원이 뭐라고 애마음을 속상하게 하네 그냥 사주자.. '하지만 그것을 사주게 되면 아이에게 '떼를 쓰면 무엇이든 살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 두려웠다. 과정은 힘겨웠지만 서진이의 마음 속에 인내의 싹 하나 움트지 않았을까?


 페스탈로치의 <게르트루트 아동교육법>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자연은 난폭하게 구는 아이에게 그런 행동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나무와 돌에 화난다고 분풀이를 한다고 해도 자연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결국 아이는 나무와 돌을 때리는 행동을 멈춘다.

 나도 나무와 돌같은 엄마가 되어야 겠다. 단 사랑과 믿음을 장착한 따뜻한 나무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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