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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Jan 13. 2023

자유부인, 참을 수 없는 그 달콤함

힘든 당신에게 꼭 필요한 그 이름, 자유부인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애기엄마의 통화하는 목소리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놀이터에서 몇 번 일면식이 있던 엄마다.

"나 오늘 저녁 자유부인이다, 너무 신나" 그녀의 달뜬 목소리가 좁은 엘리베이터를 울렸다.통화내용을 듣는 동안 내 마음도 함께 신나게 요동칠정도였다. 그녀가 내리며 나를 향해 인사를 했다. 나는 그녀의 밤이 그동안의 힘듬을 한껏 보상해주기를 속으로 바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육아맘에게 자유부인이란 어린시절 동물원 놀이동산가는 것만큼이나 기분좋은 설렘을 안겨주는 단어다. 그날 저녁 자유부인예정이라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하루 종일 신바람이 날 정도다. 아이의 징징거림도 웃으며 받아칠 수 있고, 쌓여있는 집안일도 너끈히 해내게 하는 동력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그날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자양강장제인 셈이다.

 얼마전 설거지를 하다 들은 라디오에서 dj의 인상깊은 한마디가 있었다. 출산으로 고생한 아내를 위한 선물을 고민하는 한 남성의 사연이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명품백이나 현금이 최고지"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어 들려온 dj의 의외의 대답이 내 마음을 쿵 울렸다.

 "자유부인을 선물하는 건 어떠세요? 육아하다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자유부인 10회권 선물해보세요. 정말 뜻깊은 선물이 될겁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대답이었다.나는 무릎을 탁하고 쳤다. 육아하면서 명품백보다 중요한 건 자유였다. 나는 일면식도 없는 그 남성의 부인이 새삼 부러웠다. 사연을 보낸 건 신의 한수였을거다. 최고의 선물을 받고 좋아할 그 남성의 부인의 표정을 생각하니 내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자유부인은 왜 이토록 좋은 것일까? 물론 여기서 자유부인은 자유남편이라는 말도 포함한다. 우선 하루종일 육아에 매여있는 부모에게 아이들로부터 잠시간의 독립은 짜릿함을 준다. 집문밖을 나가는 순간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육아의 무게에서 벗어나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랄까? 나가기전 아이들이 울면서 "엄마가지마"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슬픔은 잠시뿐...

 이런 자유부인을 할 최적의 시간은 바로 밤이다. 밤이 주는 묘한 쾌감이있다. 밤거리를 걸으며 후 숨을 내쉬면 그날 하루 매운맛 육아로 지친 심신도 내쉰 숨과 함께 밤의 어둠속으로 홀연히 풀려나간다. 육아하는 사람들이 밤에 나간다는 일년에 몇번 있을까말까한 이벤트 같은 날이다. 그렇기에 1분1초가 소중하다. 오랜만에 느낀 밤공기에 술을 마시기전에도 취하는 느낌이 든다. 차가운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순간 전율이 흐른다.

 자유부인을 할 때 아이를 맡은 자에겐 하나 꼭 숙지해야 할 점이 있다. 아이가 열이 난다거나, 심하게 보채며 아픈 것이 아닌 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것. 몸과 마음의 온전한 자유를 위해 꼭 필요한 수칙이다.

 그리고 일주일 중 자유부인을 할 가장 적합한 요일은 금요일 밤이다. 자유부인의 기회를 얻어 나가는 경우 ,언제 올지 모르는 귀한 시간이므로 12시가 넘는 것은 기본이다. 나의 경우 항상 12시전엔 들어가자 라고 상대방에게 말해놓지만, 어떻게 온기회인데..라는 생각에 12시를 훌쩍 넘기는 경우도 다반사이기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음날 육아에 큰 지장을 받는 평일은 되도록이면 피하는게 좋다.

 자유부인 후 기분좋은 취기에 몸을 내맡긴채 집으로 들어가면 고요한 집분위기가 또 한번 기분좋게 만든다. 재워야 할 아이들이 없다는 것,내 한몸 씻고 잠에 들면 된다는 그 홀가분함에 날아갈듯 하다. 그렇게 자유부인이 끝나고 돌아오면 내 삶이 이전과 다른 결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나도 얼마전 자유부인의 기회를 얻었다. 둘째아이가 열감기로 인해 일주일을 가정보육했기 때문에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나의 무기력한 얼굴에 남편이 기회를 준 것. 그마음이 참 고마웠다. 자유부인을 함께 할 상대는 바로 둘째아이와 이틀차이인 동네 애기엄마다. 우리는 세상을 다가진 표정으로 서로를 거울처럼 마주보고 팔짱을 낀 채 동네 와인바로 향했다. 늘 아이들 데리고 만난터라 대화가 잘 이어지지 못했는데 와인을 사이에 두고 깊고 밀도 있는 대화가 이루어진다. 주관심사는 육아얘기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눈을 맞추고 서로의 말을 듣는 동안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하고,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우리의 밤은 눅진하게 깊어간다.

 맞은편에 우리 또래로 보이는 애기엄마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들은 어떤 사연을 가졌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육아의 힘듬을 토로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그녀들도 부딪히는 술잔과 함께 그 힘듬을 날릴 수 있기를...

 우리는 내일에도 계속 될 육아를 위해 마지막으로 내일도 잘버텨보자 라는 말을 하며 마지막 잔을 부딪히고 헤어진다. 술집을 나온 밤공기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내 몸을 감싸는 차갑지만 부드러운 공기, 그 공기는 얼마간 내게 힘든 날들을 버틸 젖줄이 되어줄 것이다.

육아가 너무 힘든 당신, 금요일 밤공기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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