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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Jan 18. 2023

음식이 가진 따뜻하고 신비한 힘

추운 날에 먹은 도미솥밥에서 따뜻한 위안을 받다

 나는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그런 약점을 잘 아는 지 겨울바람은 애석하게도 내 몸 구석구석 냉기를 부지런히 전달한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대학친구들과 만났다. 메뉴를 정하면 늘 진부하게도 "브런치"밖에 생각이 안난다. 우리 중 미식가였던 구찡이는 채팅방에 몇개의 메뉴를 보내주었는데 , 그 중 솥밥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거다"

나와 뽀수는 동시에 그 메뉴를 덥썩 물었다.

 날도 추웠고, 처음 본 비쥬얼에 식당에 가기전 부터 설렜다.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짙은 원목 나무문이 "고독한 미식가"에 나올법한 맛집 냄새를 풍겼다.


 우리 셋은 도미솥밥 2, 전복솥밥 1을 주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다른 테이블에 나가는 밥상을 부지런히 눈으로 좇으며 얼른 우리에게도 식사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 앞에 차려진 솥밥. 내앞에 정갈하게 놓인 솥밥을 보며 온 몸의 추위가 사그러드는 듯했다.


 집밥이 늘 고민인 주부 셋은 그 밥을 보며


"역시 누가 차려준 밥이 최고야"


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칸칸이 정렬된 토핑과 그 위에서 작게 존재감을 드러낸 도미. 난 먼저 도미부터 들어내 간장에 콕 찍어먹었다. 도미의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퍼지자 입맛이 확살아났다.


 밥을 비벼 밥 공기에 덜어놓고, 따뜻한 물을 솥에 넣어 누룽지가 되길 기다렸다. 감칠맛나는 간장에 밥을 비벼먹으니 온 몸에 남은 냉기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따뜻한 밥과 부드러운 도미살이 내 언몸을 어루만져주었달까?


 솥밥을 한그릇 먹는 동안,어렸을 적 엄마가 밥위에 계란 참깨 간장 등을 넣고 비벼준 밥을 먹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따뜻하게 위안을 받았다. 어른이 되어 우연히 맛본 음식에서 한 번씩 익숙한 맛들이 떠오르는데 그건 거의가 어렸을 적 엄마가 해준 음식이다. 혀에 각인된 어렸을 적 추억의 맛은, 이따금 지금의 음식에서 되살아나 그때만큼이나 따뜻한 위안을 주는 것 같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갈때쯤 선물상자를 열어보듯 설레는 마음으로 솥뚜껑을 연다. 보얗게 우러나온 누룽지가 내 위장을 다시 자극했다. 따뜻하고 구수한 누룽지를 먹으며 내 몸 구석구석 온기가 전해졌다. 역시 냉기는 온기가 밀어내야 한다. 이렇게 따뜻함이 주는 힘은 강렬하다.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는 너희들에게

"카페2차 가자, 내가 살게" 라는 내 말에


 "복직하면 사" 라고 툭 던지는 말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도미솥밥 만큼이나 너희들의 속은 따뜻했고 그 따뜻함이 내게 스몄다.

따뜻한 위안을 주는 도미솥밥, 이제 날이 추울때마다 너희들의 그 말과 함께 자동반사처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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