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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Sep 09. 2023

더 이상 선생님들의 죽음을 목도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동학대법 개정, 교사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사회의 문제

 어제 밤잠을 설쳤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의 첫 학교에서 일어난 비극에 자는 내내 마음이 옥죄어왔다.

둘째아이가 고작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데... 생떼같은 아이를 두고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심정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만큼 가슴이 미어진다.

 아이에겐 부모가 우주라고 한다. 그 반쪽, 아니 어쩌면 가 이상을 잃었을 선생님의 자녀들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학부모 4명에게 근 4년을 괴롭힘당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훈육을 했다는 이유로. 그것이 자신 아이의 기분상해죄를 만들어냈다는 이유로 선생님의 존재는 뿌리채 흔들리면서 썩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프게 죽어가면서 누군가를 위해 피부이식까지 하고 가신걸 보면 정말 죽을 때까지 선생님인가보다 탄식이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천재지변보다 무서운 건 바로 사람으로 인한 피해. 그것도 나 자신을 벌레보듯 하며 힐난하거나 무리를 만들어 수근거리며 소위 학창시절의 왕따당하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버리는 것. 나라는 존재자체를 흔들리게 만드는 것. 그모든 걸 행하는 자는 바로 사람이다.

  나는 매일 많은 사람들과 접하는 곳으로 출근을 한다. 천명이 넘는 학생들. 그 학생들의 우주인 부모님들까지 합하면 최소 3천명이 될까? 늘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훈육들. 예를 들면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밀친다던지, 수업시간에 고성을 지른다던지, 복도에서 뛰어다니고 욕을 하는 등등.

 이런 어지럽혀진 학교에서 혹여나 나의 충고나 훈육이 누군가의 아이를 기분상하게 만들어버리는 죄를 범하고 싶지 않아 점점 눈을 감게 된다. 점점 혼란스럽다. 이게 비단 교사들만 변화를 바란다고 해결될 문제인지. 아동학대법 개정이라는 가장 본연의 문제를 우리만 외치면 될일인지.  뉴스에서는 교사집단의 문제로만 보도하는데, 내 생각엔 사회전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조심스럽지만 아동학대법 개정 피켓은 모두가 들고 외쳐야할 문제 같다. 내 아이 기분상해죄사 아닌 모두를 위한 아동학대법 개정말이다.

 서진이가 내년이면 1학년에 올라가는데 무너진 학교현장을 하루가 다르게 체감하는 나는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친구가 욕을 해도, 때려도, 수업시간에 방해를 해도 선생님은 기분상해죄가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지럽혀진 교실. 그 속에서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울까..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들 한다. 그 작은 사회가 조금씩 무너지고, 아니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현실에서. 내아이를 위해,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생각해본다. 기분상해죄를 무릅쓰고 올바른 말을 그리고 훈육을 해야 할까? 아님 기분을 맞추며 그 혼란함을 하루하루 버티어냐여 할까?

 내가 근무하던 학교 코앞에서 벌어진 비극에 아침부터 무거운 마음으로 어지러운 생각을 내놓아본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돌고 돌아 내게도 벌어질 수 있음을 늘 생각하고 사는 요즘. 작은 변화라도 생기길 바라본다. 그리고 법 개정이나 시스템개정만큼 중요한 것은 어쩌면 타인의 마음을 생각하는 일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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