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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Sep 28. 2023

우리집 특별한 냉장고를 소개합니다.(feat 손편지)

손편지에 들인 힘은 받는 사람에겐 그 이상의 힘을 선사한다.

 우리집 냉장고 한 켠에는 특별한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시한 공간. 두뼘 남짓한 공간이지만 하나의 작은 전시회못지 않게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진이가 아빠에게,내가 남편에게,남편이 내게, 서진이를 맡아온 선생님들의 쪽지 등등 . 길게는 3년 짧게는 하루남짓된 편지들이 즐비하게 붙어있다. 어제자로는 출산휴가에 들어간 옆반 쌤과 서진이 유치원선생님이 준 마음쪽지가 업데이트 되었다.

냉장고 한 켠 손편지 전시회

국어시간. 마음쪽지쓰기 활동


 누군가의 손글씨가 오롯이 남아있는 이 편지들을 버리기 아까워 하나둘 붙여두기 시작한 것이 벌써 이만큼이나 모였다. 냉장고 뒤 한켠이라 방치되어있는 경우가 많지만, 요리를 하거나 서진이 식단표를 볼때마다 시선이 잠시 머무를때가 있다.


 이 마음편지의 효과는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할때가 있다. 서진이가 이유없는 투정으로 날 힘들게 할때나,남편이 애둘 놔두고 회식하러갈때 그들이 내게 준 쪽지를 찬찬히 읽다보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내 마음 속 울화통을 다스리는 진통제의 역할을 한달까?

 “그래 저렇게 손편지까지 쓰며 나를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까짓 일에 화낼일이야?“라며(가끔은 안통하는 날도 있다. 특히 피로감이 최대치를 찍는 날엔ㅋㅋ)


 가족이 아닌 친구의 편지는 잊고 있던 그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함께 했던 추억들. 같이 나눈 대화들. 그리고 가족이 아닌 타인이 나를 이렇게 잘알고 좋아해준다는 그 따뜻함이 가슴을 먹먹하게도 한다.그러면서 폰을 집어들고 그에게 연락을 하게끔 만든다.


 선생님이 서진이게 준 편지들은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한다. 수많은 학생들 중 우리 아이에게 전해주는 진심을 보며 아이가 유치원 생활을 따뜻하게 하고 있구나 안도하게 한다. 그리고 그 바쁜 와중에 손으로 꾹꾹 눌러썼을 선생님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불쑥 솟아오른다. 그 모습을 떠올려보며 나도 교사로서 아이 한명 한명에게 최대한 일기장에라도 진심을 담은 메세지를 한 줄이라도 써줘야지 라는 다짐을 하게 한다. 그렇다고 내가 참교사는 아니다만..


 어제 국어 수업시간에는 마음쪽지쓰기 활동을 했다. 손편지가 귀해진 요즘 같은 때 정말 필요한 수업같았다. 내가 초등학교때만 해도 휴대폰이 보급되지 않았을때라 손편지를 주고 받으며 소통을 했으나,요즘 아이들은 카톡으로 메세지를 주고 받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런 아이들이라 그런지 이런 수업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나보다. 서로의 글에 마음을 담은 쪽지를 정성스레 꾹꾹 눌러쓰며 신나게 참여했다. 자리로 돌아와서 자신의 글에 붙은 마음쪽지를 마치 보물 모으듯 소중히 그러모으고 뚫어져라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 모습들을 보니 괜히 내 마음이 몽글해졌다.


 손글씨를 쓸 여유가 안날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가끔은 카톡대신 손편지나 쪽지로 마음을 전하면 어떨까한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 만큼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에도 힘이 들어가고, 그 힘은 그 쪽지를 받게 될 누군가에게 더 큰 힘으로 전해질테니 말이다.

 그 쪽지가 누군가의 냉장고의 전시품으로 귀하게 떡하니 자리잡게 될지도 모를일이니....

#손편지#마음쪽지#감동두배손편지#손편지전시중#냉장고의쓰임#마음을담은편지#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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