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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무지의 즐거움 - 우치다 다쓰루

서른의 서랍

by Choi 최지원


p119
‘어제는 가능했는데 오늘은 할 수 없는’ 애달픈 경험을 매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화함에 따라 세계가 다르게 보입니다. 생각도, 느끼는 방식도 바뀝니다. 저는 이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유아 때의 저 자신, 소년기의 자신, 중년의 자신, 지금 노인으로 있는 저 자신이 모두 제 안에서 생생하게 병존합니다. 유아의 순수함, 소년의 고양감, 중년의 안정감, 노인의 은근한 멋이 모두 제 서랍' 안에 들어 있어서 필요하거나 적절한 때 끄집어내거나 섞거나 정리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늙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심신의 상태를 경험하는 일이라는 의미에서 '자신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어서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서른이 되었다.

매년 그랬듯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 서른이란 나이엔 뭉근한 책임감이 따른다. 막내 지원이가 벌써 서른이냐며 어른들은 유수 같은 세월에 경탄하곤 한다.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란 타이틀로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질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게 20대를 자유로이 보냈다. 독립도, 취직도, 연애도, 혼자서 여행도 다니며 온전히 내 시간을 쌓아왔다.


그런데 서른은.. 저자가 말하듯 애달픈 경험을 하게 한다. 서른이 되자마자 잔병치레가 많아져 병원을 들락이게 되고 생존을 목표로 눈뜨자마자 운동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도 나이가 먹는구나 싶어 꼬릿 한 감정이 들 즈음 이 구절을 발견했다.


30년 간 보관해 온 서랍,

적재적소에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은근한 지혜를 갖춘 나이. 한해 한해 내 서랍에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흐르는 세월이 달갑다.


바라건대 나의 서른은 우리의 서랍을 같이 넓혀갈 누군가를 만나 나이 듦을 함께 축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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