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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삶의 한가운데 - 루이제 린저

by Choi 최지원


삶의 한가운데 서서 절망을 거듭하면서도 그녀의 신념대로 삶을 받아들인 니나를 경외하며 글을 시작한다.


2주간 오가는 지하철에서 어찌나 재밌게 읽었는지. 슈타인의 일기가 끝이날 때 아쉬움에 나도 니나의 언니처럼 몹시 슬펐다.


니나의 방종에 가까운 방황과 절망 속에서도 참된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진심으로 내 삶을 사랑한 것이 맞는지, 안락함을 위해 쉬운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진 건 아니었을까. 참으로 방자한 생각이다.


실은 니나보다 슈타인에 몰입했다. 18년간 니나를 향한 슈타인의 사랑이 어쩔 땐 지고지순하다가도, 어쩔 땐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슈타인은 니나의 순탄치 않은 삶에 개입해 도움을 주려고도, 자신의 옆에 묶어두려고도 했지만 결국은 묵묵히(?) 그녀를 지켜본다. 그렇게 그는 니나의 삶을 지켜보며 그녀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굴곡진 니나의 삶을 그가 바라볼 수 있었던 이유, 그는 니나를 믿었기 때문이다. 니나 스스로 삶 속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슈타인의 사랑의 문장들 중 감정을 가장 진하게 건드렸던 부분.

p.319
1937년 1월 13일.
당신은 사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만큼 잘 알고 있어요. 우리는 생의 의미를 알려고 했어요. 그래서는 안 되는 거죠. 만약 의미를 묻게 되면 그 의미는 결코 체험할 수 없게 돼요. 의미에 대해 묻지 않는 자만이 그 의미가 뭔지 알아요. 니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러면서도 슬프게 말했다. 그러나 이 짧은 문장이 나를 생으로 다시 돌려보내 주었다. 나는 어째서 그랬는지는 설명할 재간이 없다. 나는 갑자기 엄청나게 힘을 얻어 마음의 평정에 이르렀다. 이 여자에게는 도대체 어떤 힘이 있길래, 지치고 절망에 빠진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일까.


니나를 향한 슈타인의 사랑은 어쩌면 존중이 아닐까?그녀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불행한 운명이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 주는 존중. 니나에게 느끼는 순수하고 강렬한 동정심이 니나에게 해가 될까 고뇌하는 슈타인이 어쩐지 불쌍했지만, 그게 옳은 사랑이라 느꼈다.





인생이 힘들고 절실할수록 삶에 더 깊이 빠져들어야 함을 느끼며.. 니나와 슈타인에게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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