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잠시 숨 고르니 3월의 중턱이다. 3개월 간 시간적 여유는 더욱 없었는데 문화생활은 부지런히 했다. 여유가 없고 조급할 땐 꾀를 내어서라도 문화와 함께 쉬어가려 노력한다. 마음 둘 곳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서 남겨보는 3개월 간 마음 진히 남는 문화생활의 기록!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 빛, 바다를 건너다.
인상주의 작품들은 워낙이 애정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는 필히 가보려고 한다. 더욱이 르누아르 작품이 있다는데 꼭 가봐야지.
인상주의 작품을 애정하는 이유는 보여지는 부드러운 색채와 달리 숨겨진 내러티브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인상주의'라는 명칭은 실은 비꼼에서 나온 단어이다. 당시의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 빛에 따라 변하는 사물의 인상만을 그린 그림을 비하하고자 인상주의라는 명칭이 붙었다. 몰매 맞던 이 기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수백 개의 걸작을 탄생시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번 전시를 통해서 유럽과 미국 인상주의 작품들을 비교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유럽 작품은 서정적이고 낭만이 묻어난다면, 미국은.. 뭔가 차갑고 서늘하다. 개인적으로 그 국가에 갖고 있는 느낌 때문인가? 비교해놓고 보니 유럽 작품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르누아르와 모네 작품을 다시 만나니 홀로 파리에서 종일 전시를 보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에 견주면 감히 감흥이 더할 수 있겠냐만은.. 초기에서 후기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발전되는 화풍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중앙일보 이은주 미술 기자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 가끔 기자님의 기사를 읽곤 한다. 이 날은.. 여러모로 추억되는 날이라 사진도 함께^-^ (나 찾아봐라 헤헤) 이 날 하루 정말 행복했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네. 달러구트 아저씨한테 이 날로 돌아가는 꿈 달라고 해야겠다.
아무튼! 기자님 기사에 소개된 '수묵별미 : 한중 근현대 화화'를 보러 덕수궁으로!
수묵은 일찍부터 서양에서 색으로 간주하지 않은 흑과 백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서양화와 동양화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흑과 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데.. 색으로 간주하지 않았다니.
손재주 좋은 둘째 언니는 미술 대회에서 상을 휩쓸어 오곤 했다. 그중에서도 서예에 특출 났다. 반면에 손재주는 없고 호기심은 많던 나는 언니 옆에서 벼루에다 먹을 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추억을 솔솔 환기시켰던 전시였다.
3월에 읽은 책 중 베스트 책~! 바로 스토너!
5년 전? 일찍이 사두고 읽다가 말다가를 반복한 책인데 무심결에 이제는 완결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읽었다. 읽기를 잘했다. 정말 좋았으니까..!
한평생을 뜨겁게 살아보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악의 무리에도 이렇다 할만한 저항도 해보지 않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고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만 힘껏 붙잡아보지도 못하는 한 남자. 그러한 스토너의 내면에는 남들보다 더 진히 오래가는 불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문학에 대한 사랑.
꼭 뜨겁고 화려한 불꽃처럼 살아야 인생에 최선을 다한 것일까? 스토너를 읽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는 법. 그런 스토너를 응원하고 존경한다.
엄마랑 혜화 데이투~!
엄마도 나를 닮아(?) 내가 엄마를 닮아(?) 우린 연극 보는 걸 좋아한다.
원래 엄마가 공감할 수 있는 복고풍 연극을 더럿 봤는데, 이번에는 엄마의 감성을 자극하고자 '사랑해 엄마'로 골랐다. (결국 오열은 내가 했지만..) 가볍게 몰입해서 볼만한 연극이었다. 뭐든~ 엄마랑 보면 재밌으니까!
그리고 대망의~! Aladin..!
한국 초연이라 진작 매진됐다고 해서 기대도 안 했는데, 우연히 VIP석이 나왔길래 바로 예매!
심지어 서경수 님, 강홍석 님 cast라니
센스 있는 강홍석 님 연기에 잇몸이 마르질 않았고, 경쾌하고 화려한 연출에 중남미가 연상되더니 이번 추석 연휴에는 쿠바나 아르헨티나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미션이 되자마자 항공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무튼 뮤지컬은 보는 그 자체로도 경이롭지만 다른 무언갈 연상시키고, 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연기에 노래와 연출이 합해져 배우의 감정이 전해지고 그 감정을 수십 명의 관객과 공유한다는 건 뮤지컬만이 갖는 힘인 것 같다.
그래서! 알라딘은 4월에 엄마랑 한번 더 보려고 예매해 뒀다! 벌써 기대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