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책이 없으면 허전한, 자칭 탐독가인 나는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을 알고 나서 책을 일읽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따라 트레바리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관점과 해석을 나누며 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나의 시야도 한층 넓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나는 책을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읽는다. 하나는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동기부여가 될 만한 책, 또 하나는 예술이나 문학처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환기할 수 있는 책. 그래서 트레바리에서도 두 축을 기준으로 어떤 모임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모임을 택했다.
그 배경에는 현재 직장에서 느끼는 내 나름의 고민이 있다.
이직한 지 어느덧 7개월. 회사의 프로세스와 분위기에는 어느 정도 적응을 했고, 퍼포먼스만 보여주면 되는 시기다. 자연스레 일이 많고 정신없는 나날이 이어지며, 자꾸만 눈앞의 업무를 쳐내기에 급급해지는 내 모습에서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나는 인생, 특히 커리어에 있어서 ‘좁은 시야’를 가장 경계한다. 구심력이 강한 회사에서 시야마저 좁아진다면, 나는 언젠가 지엽적인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회사 밖의 사람들, 고객, 그리고 시장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또, 요즘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나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일까?
리더십은 단지 직책이 있는 사람만의 덕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의 일원이라면 누구든 각자의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팔로워십 역시 마찬가지다. 팀워크를 촘촘히 엮는 데 필요한 덕목이다.
나는 나이로는 팀의 막내이지만 연차로는 세 번째 구성원이다. (벌써... 세월이 유수처럼 흘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팀을 더 단단하게 엮을 수 있을지 고민하곤 한다. 그 중심에 있는 내가 양옆과 잘 소통하고,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균형 있게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 이유로 이번 트레바리 모임을 선택하게 되었고, 첫 책은 바로 모임장님이 직접 쓰신 '당신의 끝은 그 회사가 아니다'이다. 이 글은 그에 대한 첫 독후감이다.
2024년, 이직을 결심하며 회사를 고를 때 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지난 직장과 직무에서 느낀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가?
존경할 수 있는 상사가 있는가? (소프트 스킬이든, 하드 스킬이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이런 기준을 세우고 회사를 찾으니 무작정 지원하거나 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릴 일이 줄었고, 마음이 덜 불안했다.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p.7~9
나는 직장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회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여기서 쌓는 경험이 나를 얼마나 성장시킬 것인지 신중히 고민했다. (…)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이직의 핵심 목적은 ‘개인의 성장’이어야 한다고.
p.41
후회 없는,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 고려할 사항은 무엇일까? 우선 그 회사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바로 사업의 성장성, 성과 창출 가능성, 해당 업무의 시장성(혹은 희소성)이다. 과연 이직할 회사가 사업 성장성이 있고, 내가 성과를 낼 수 있고, 그곳에서 배운 경험들이 시장에서 가치가 있을 것인가?
‘내 경험이 시장에서 가치 있을까?’
이 부분은 내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었지만, 앞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는 데 있어 매우 유의미한 질문이 될 것 같다. 이 문장을 떠올리면 좀 더 끈기 있게, 과감하게 나의 일을 밀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일종의 이직 실전서와 같다. 이직의 전략과 저자의 실제 경험이 잘 녹아져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p.118 - CAR을 기억하자
업무 성과 항목을 작성할 때도 이런 원칙이 필요하다. 바로 CAR이다. Context/Challenge(배경/문제 상황), Action(행동), Result(결과)
CAR 방식으로 정리하면 이야기의 흐름이 분명해지고, 나의 기여도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다.간결하고도 임팩트 있는 이력서나 인터뷰 준비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실무에 바로 적용해보고 싶어졌다.
또 하나,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와닿았던 문장은 이것이다.
p.217
우호적인 관계를 만드는 원칙은 '진정성'이다. 어떠한 목적 때문에 그 사람과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진심, 그리고 그 진심에서 나오는 진정성이 있어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우호적인 관계는 절대 이해관계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입사 직후 회사의 버디 프로그램 ‘Good To Meet’을 통해 다섯 명의 동료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시간을 통해 회사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고, 자연스레 팀 간 협업 구조나 내가 맡게 될 역할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과 진심으로 연결되기 위한 노력을 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이직을 생각하고 있진 않다. 오히려 이곳에서 더 잘해보고 싶고, 나를 증명해내고 싶다. 특히 우리 팀에 대한 애착이 있어, 팀원들과 함께 성과를 내고 팀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처럼 나의 끝은 이 회사가 아니기에 시야를 넓게, 멀리 보는 연습을 하고 커리어의 청사진을 계속해서 그려나가고자 한다. 같은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차곡차곡 내 커리어를 설계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