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와인, 클래식의 조화‘라는 주제의 도슨트 협회에서 주관한 수업 겸 모임을 다녀왔다. 시각, 미각, 청각이 어우러져 보다 입체적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호아킨 소로야에 대해 남기고자 한다.
스페인의 대표 인상파 화가로, 두 살에 스페인 전역에 떠도는 콜레라 때문에 조실부모했지만 다행히도 어릴 적부터 미술 재능을 인정받아 제대로 그림을 공부했다. 이상적인 여인을 만나 평생 화목한 가정을 지켜온 그의 안정감이 그림 곳곳에 배어 있었다.
인상파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모네에게도 영향을 줄 만큼 인상주의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이다.
와인과 미술의 조화, 이 페어링이 얼마나 좋던지. 술 한 잔이 힘든 술린이인 내가 이 날 이후 금요일 저녁마다 와인 반잔과 궁합 좋은 음식을 페어링 해 황홀한 시간을 음미한다.
홀딱 반해버린 이유는 당일에 마셨던 화이트 와인 덕분이다. 짠내 나는 화이트 와인에 물기 머금은 그림을 곁들이니, 작가가 여생을 보냈던 스페인 발렌시아 모래사장에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
바닷가 산책은 소로야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나도 눈길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평생의 뮤즈였던 아내와 큰딸이 해변을 걷는 모습으로 두 여인의 새하얀 드레스에 소로야 특유의 빛 표현이 잘 나타나 있어, 인물과 풍경을 더 돋보이게 한다.
부인의 옷자락이 흔들리는 걸 보아하니 바닷바람이 꽤나 거셌나 보다. 그림만 보아도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소로야가 그려낸 작품은 따뜻하다. 만나본 외광회화 작품 중 빛과 바다를 가장 따뜻하게 그려낸 작가가 아닐까 싶다.
소로야의 작품은 어딘가 모르게 안정되고 사랑이 담겼다. 특히 가족들을 담은 작품은 더욱이 그렇다.
“빠르게 그리지 않으면 다시 만나지 못할 장면들이 그대로 사라질 것이다.” - 호아킨 소로야
가족들의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캔버스 위에 빠르게 담아낸 그의 시선에 담긴 가족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앞에 앉아계신 너무나도 고우셨던 어머니께서 많이 찍어주셨다. 부끄러워 웃고 있는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 이날 와인도 무려 세잔이나 마시고 좋은 그림에 유익한 대화가 곁들여지니 많이 신났던 것 같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사진을 찍어주신 분은 조승연 작가님의 어머니였다.
이 날 이후로 더더욱 도슨트의 세계가 흥미롭다. 작품이 갖고 있는 내러티브 외, 음악과 음식으로도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재미임을 알게 되었다.
내 꿈은,
1. 어르신들에게 도슨트의 즐거움을 알려드리는 거다.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 시절을 지나 여유를 찾아 마땅한 그 시기에 작품이 더해져 풍요롭게 보내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다. (내 이야기를 들은 동료는 지금 당장 사업을 시작하라고 했다. 진지하게 해 볼까?.. 최추진 드릉드릉..)
2.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그림 앞에 앉아 무궁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아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작품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다. 나와 남편은 이미 작품의 정답(?)을 알고 있으니, 그 아이가 만들어낼 이야기가 얼마나 귀하고 귀여울까!
최근 또 다른 동료의 선물. 최지원의 도슨트의 이야기로 전해지는, 지금도 어디선가 그려지고 있는 수많은 그림들이 저도 궁금해요. 벤지 :)
영혼이 맑은 작가, 여름 하면 떠오를 소로야의 작품을 알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와인의 풍미에 입문하게 되어 더더욱 기쁘다. (어른이가 된 것 같다^,^)
더 더워지기 전에 맛있게 먹었던 화이트 와인을 한강 해 질 녘 노을을 바라보며 먹고 싶다!
+) 때마침 7/4부터 소로야 전시가! 꼭 다녀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