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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멤피스

by Choi 최지원

내가 나에게 주는 서른살 생일 선물은, 멤피스!

마침 7월 5일 공연이 가장 궁금했던 고은성-손승연 배우 페어여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되었다.


<멤피스>는 1950년대 미국 남부,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모든 주인공은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무대 위에는 음악의 열기와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백인 청년 휴이는 자유롭고 정의감 넘치는 인물이다. 능청스러우면서도 뚝심 있는 캐릭터를 고은성 배우가 정말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무대 위의 고은성은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진짜 그 시대를 살아가는 휴이처럼 느껴졌다.


음악에 매료된 휴이는 흑인 클럽 ‘언더그라운드’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노래하는 펠리샤에게 첫눈에 반한다.펠리샤의 음악, 그리고 그녀의 존재 자체에 끌린 휴이는 그 노래를 멤피스 전역에 알리고 싶어 라디오 DJ로 취직한다. 그리고 백인 라디오 방송에 흑인 노래를 틀며 말 그대로 판을 흔든다. 우려와는 달리, 사람들은 그 음악에 열광했다. 로큰롤은 점차 퍼져 나가고, 휴이는 멤피스의 유명인이 된다. 펠리샤 또한 뉴욕으로 떠나 더 큰 무대에서 흑인 여성의 이름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그러나 휴이는 여전히 자신의 뿌리인 멤피스에 남으려 한다. 그 선택이 보여주는 의미가 무척 뭉클했다.


사실 본투비 뮤지컬 배우가 아니면 약간의 의심이 있은데, 손승연 배우가 완벽히 깨줬다. 손승연 배우는 무대 위에서 펠리샤 그 자체였다. 고음이 정말 잘 갈린 칼날처럼 날카로웠지만 따뜻했다. 그리고 R&B 바이브가 깊이 스며든 목소리는 흑인 여성의 소울을 완벽히 표현해냈고, 노래 한 곡 한 곡마다 소름이 돋았다.


<멤피스>가 더 인상 깊었던 이유는 주인공만이 아닌 앙상블과 밴드가 빛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나는 늘 무대 뒤를 채우는 이들의 노고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무대 중심엔 주인공이 서지만, 그 뒤에서 움직이는 앙상블과 밴드가 만들어내는 밀도는 그 자체로 감동이다. 멤피스는 앙상블과 밴드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무대처럼 배경 역할을 하다가도 힘찬 코러스로 무대를 채운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에서, 모든 배우가 무릎을 꿇고 밴드를 향해 박수를 보내는 장면. 그 순간엔 정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 순간 만큼은 뮤지컬이 아닌, 음악에 대한 존중이 담긴 한 편의 헌사 같았다.


출처: 250625 밤 뮤지컬 멤피스 커튼콜: 고은성(f) 손승연 심재현 하은섬, Youtube

고은성, 손승연 페어로 누군가 올려준 커튼콜!

Steal Your Rock N Roll를 들을 때마다 모든 배우가 앉아 밴드를 치켜세우는 이 장면을 떠올릴 것 같다. 흐흐 하카두!


음악과 무대,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한 뮤지컬이 나는 너~무나도 좋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에서 온 마음을 다해 무대를 마무리하는 배우들의 그 벅찬 표정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넘버 하나가 끝날 때마다 힘차게 박수를 치고 환호하면서 그 순간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어서 뮤지컬이란 세계가 나는, 너무나도 좋다.



나는 생일 날 봄, 여름 잘 살아줘서 고맙고, 이제 가을과 겨울도 잘 살아보자 다짐한다. 일종의 의식.. 그래서 내 생일에는 보상과 다짐의 의미를 담아, 내가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을 고르고 골라 나에게 선물한다. (작년엔 진짜 맛있는 케이크 세조각이었다! 흐흐.. 진짜 맛있었어..)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직접 찾고, 그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나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꽉 찰만큼 뿌듯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점점 나이 들어가는 게 좋아진다. 나이 듦이 단지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내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내년 생일에는 또 무엇을 나에게 선물할 수 있을까? 그렇게 스스로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내가 나이를 잘 먹어가고 있다는 증명처럼 느껴진다.


사실 스무 살 초반엔 생일이 괜히 우울했다. 특별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에 괜히 기대했고 그래서 실망했다. 그 마음을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무심코 떠넘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고 어리석었다. 그땐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잘 몰랐다. 이제는 내 마음속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안다.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그저 조용히 나에게 집중하는 하루만으로도 생일이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렇게 나는 서른이 되어, 나를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어디선가 자존감은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인정이라고 하더라. 무릎을 탁 칠만큼 공감했다. 자존감과 자족감은 동반한다고 생각한다. 갖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정말 원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 그렇게 쌓아올린 것에 대한 감사가 결국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인정과 노력, 그리고 감사. 이 세 가지가 삶을 조금 더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남은 서른도 현명하고 다정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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